올해 4분기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계 대출을 더 깐깐하게 조일 거라는 한국은행 설문이 나왔다. 각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들은 4분기에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는 모두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가 계속됨에 따라 신용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12일 한국은행은 '3분기 대출행태 서베이'에서 4분기에 금융기관이 대출을 더 엄격하게 심사할 거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번 대출행태 서베이는 9월 14일부터 25일 사이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 201곳의 대출담당자에게 설문한 결과다.
은행 대출담당자들은 4분기에 대출을 더 엄격하게 심사할 계획이며 기업과 가계 모두 대출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은행의 대출태도는 대기업(-3), 중소기업(-3), 가계주택(-6), 가계일반(-9)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는데, 대출태도가 마이너스면 대출심사를 더 엄격하게 본다는 의미다.
4분기 들어 국내 은행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의 주택자금, 가계의 일반자금(신용대출)을 가리지 않고 모두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할 거라는 전망을 밝혔다. [자료 = 한국은행]
은행이 대출을 엄격하게 보는 이유는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신용위험에 대한 전망은 대기업(15), 중소기업(24), 가계주택(26), 가계일반(26)으로 나타났는데, 이 숫자가 플러스면 신용위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지난 3분기(대기업 18, 중기 32)에 비하면 일부 차주들에 대한 우려는 소폭 줄었지만,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히 상당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대출 담당자 사이에서 가계 저신용·저소득자에 대한 경계감이 높게 나타났다"며 "기업 중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대출수요는 계속될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은행 대출 담당자들의 차주별 대출수요지수는 대기업(6), 중기(24), 가계주택(3), 가계일반(29)으로 나타났는데, 이 숫자가 플러스면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의미다. 한은은 "4분기에도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소득 부진과 주택 대출 강화 영향으로 가계에서도 주택자금 외에 일반대출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계 자금수요 전망에서 가계일반 수요는 3분기 41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하락한 가운데, 가계 주택자금 수요는 3분기 21포인트에서 4분기 3포인트로 크게 하락했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주택자금 수요 증가가 상당폭 둔화될 거라는 전망이 은행 대출 담당자 사이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다만 여전히 0포인트를 상회한 만큼 주택자금 수요 증가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은행이 아닌 비은행 금융기관에서도 대출을 더 깐깐하게 집행할 거라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신용카드회사만 대출 태도를 더 엄격하게 하지 않겠다(지수 0)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 = 한국은행]
비은행 금융기관오 대출은 깐깐하게 보고 대출수요와 신용위험 가능성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대출태도는 상호저축은행(-11), 신용카드회사(0), 상호금융조합(-23), 생명보험회사(-7)로 각각 나타났는데, 전체 금융기관에서 대출태도지수가 0이상을 기록한 것은 신용카드회사가 유일했다. 대출 심사를 더 강화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곳은 신용카드사가 유일했다는 의미다.한편, 이번 한은 설문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처음으로 설문 대상으로 포함됐다. 한은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지 3년이 넘었으며 대출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해 설문 대상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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