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이슈] 광장과 공원의 거리두기 이중잣대
입력 2020-10-12 09:25  | 수정 2020-10-19 10:06

닷새간의 추석·개천절 연휴에 이어 사흘간의 한글날 연휴까지 일주일 새 두 번에 걸친 황금연휴로 코로나19 방역 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주말을 낀 연휴 기간 중 김포공항과 서울역 등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롯데월드·서울대공원 등 놀이공원도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며 코로나19 걱정은 기우로 느껴질 정도였다. 확진자 수도 안정권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진단까지 내놓는다.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에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는데 이번 한글날 연휴에 제주도를 방문한 여행객만 14만 여명에 달한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지난 주말 롯데월드 같은 놀이공원은 물론이고 경기도 파주 헤이리 등지로 나들이를 갔던 지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면 "코로나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넘쳤다"는 말이 실감난다.
놀이공원과는 달리 보수단체의 반정부 집회가 신고된 광화문·덕수궁·종각 인근 도심지 광장들은 차벽이나 철제 펜스로 봉쇄돼 통행객이 크게 줄면서 대조를 보여 정치방역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이 주말과 겹치자 정부가 소비를 진작한다며 대체휴일을 만들어 연휴를 늘렸다가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와 맞물리면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한 뒤 이젠 방역 강화를 명목으로 광장에서의 집회는 엄격한 제한을 받는 상황이다.
경찰 당국이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 일대에 경찰차 500여 대로 차벽을 세우고 철제 펜스 1만3000여 개로 울타리를 친 것도 그런 흐름이다. 차벽 설치 자체가 보수 정부에서 집회를 막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번에 경찰 당국이 광화문 일대로 통하는 길목에 검문소를 50여 개 설치해 도심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거리 통행인에 대한 검문까지 나선 것은 지나쳤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설명과는 맞아 떨어지지 않는 과도한 봉쇄 조치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업에 지장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생존 기로에 선 만큼 숨쉴 공간을 터주는 게 시급한 건 분명하다. 개인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마당에 무작정 집에만 틀어 박혀 있어선 정신건강을 해칠 우려도 큰 만큼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여행 등으로 환기를 하는 기회를 갖는 게 나쁘지 않다.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위생지침을 준수해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면서도 여행·음식료업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이번 한글날 연휴는 보여줬다.
정부도 추석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안정세로 접어들자 12일부터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낮췄다. 오랫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진데다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감염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나 행사 등에 대해서는 이용 인원 제한 등을 좀 더 엄격히 하면서도 허용하기로 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
차제에 당국은 집회·시위도 방역 지침에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적절히 표출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워서 허가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 뚜렷한 원칙 없이 정부 비판 집회를 막고 관광지 방역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해서는 정치방역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 뿐더러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더 큰 손실을 부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당국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불가피하게 제한하더라도 광장과 공원의 거리두기가 기본적으로 같은 원칙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일관된 방역 지침을 세우고 관철시켜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으로 갈려서 쓸데없는 오해와 반목을 부추기거나 국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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