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금융사의 책임투자와 녹색금융 규모가 총 51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린 텍소노미(Green Taxonomy·녹색산업 분류체계) 부재로 인해 각 금융사들이 제 각기 다른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그린 워싱(Green Washing·녹색산업이 아닌데 녹색으로 둔갑하는 것)이 우려돼 정부가 하루빨리 분류체계 확립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형배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금융사에 '책임투자 및 녹색금융상품' 운용규모를 받은 결과 은행, 증권사(상위 20곳), 보험사, 카드사의 전체 규모가 총 51조 6575억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금융사의 책임투자·녹색금융 규모가 추산된 것은 첫 사례로 이는 정부도 정확한 규모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자료의 기준이 된 책임투자는 녹색투자(태양광발전 등 친환경인프라) 등 SRI, ESG 투자현황을 의미한다.
녹색금융상품은 녹색여신(그린리모델링 협약대출, 은행자체 대출상품), 기타 친환경상품(환경기업에 혜택을 주는 예적금)을 기준으로 취합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자료를 제출해 그린 워싱이 우려되는 상황.
녹색금융 규모가 다른 업권에 비해 비교적 큰 은행권의 운용규모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책임투자 8262억원, 녹색금융상품 2조4393억원을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책임투자 6781억원, 녹색금융상품 2667억원이며 하나은행은 책임투자 3610억원, 녹색금융 3018억원이다. 농협은행은 녹색금융만 1549억원, 우리은행은 책임투자 6133억원, 녹색금융 1609억원을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전체로는 책임투자 6조 1983억원, 녹색금융 21조9706억원을 운용 중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증권사의 경우 책임투자 3조3417억원, 녹색금융 5조2938억원을 운용중이라 밝혔고 보험사는 책임투자와 녹색금융을 모두 합해 12조9227억원, 카드사는 1조9304억원으로 조사됐다.
자료를 분석한 민형배 의원은 금융사들의 자료 안에 그린워싱 우려가 크고 자료의 신뢰성을 정부가 검증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제출한 자료에는 책임투자와 녹색금융 상품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제출한 곳이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투자·녹색금융 상품 범위에 ▲기술금융펀드 ▲주택개량자금 ▲LED조명 교체지원 상품 ▲여성기업투자상품 ▲독도방문적금 ▲수출기업 자금지원 상품 ▲금연성공적금 ▲장애인전용보장보험 상품 등 녹색금융이라 정의하기 어려운 상품을 대거 포함시키고 있었다.
금융위가 지난달 3일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에 포함된 민간 금융사의 그린뉴딜 투자금액도 사실상 민간 금융사가 제출한 숫자를 그대로 사용해 민간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에 대한 검증이 전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시행해나가기에 앞서 녹색금융 규모를 공식적으로 추산해보지도 않은 것은 문제"라며 "해외에는 이미 잘 정립된 텍소노미들이 있는 만큼 기존 분류체계를 참고해 하루빨리 한국형 녹색 텍소노미 작업을 확립, 녹색금융의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영상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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