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가운데 주식 보유금액 기준으로 '대주주'를 설정해 세금을 물리는 방식은 우리나라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대주주 기준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설정한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호주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뿐이었습니다.
일본은 소득세법상 특정 종목 지분율이 3% 이상인 주주를 대주주로 분류해 손익통산 후 종합과세를 적용합니다.
단, 금액상 대주주 기준은 없으며 기준 적용 시에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직계존비속과 같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독일은 대주주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으나 지분율이 1% 이상인 개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주식 양도차익을 사업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깁니다.
미국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매매 시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국내 양도소득세와 유사한 자본이득세만을 부과하는데, 이때 장기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통해 누진적으로 우대세율을 적용합니다.
그 외 영국·프랑스·호주도 각자 세율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에 세금을 부과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매길 때 금액 기준을 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대부분 해외에서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양도소득이 얼마나 발생했나, 단기 투자냐 장기투자냐만 구분해서 별도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에 유례없는 대주주 금액 기준을 도입한 것은 근본적으로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을 위함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왔는데, 양도소득세 전면 부과 시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주식 보유 금액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과 대상을 조금씩 늘려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는 2023년부터 5천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굳이 지금 대주주 범위를 확대할 명분은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지금 대주주 주식 보유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변경하더라도 강화된 기준은 어차피 2년밖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과세 대상인 대주주를 파악하는 데 지나친 과세 행정 비용이 소요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과세 당국이 사업연도 내 모든 주식 거래일의 투자자 지분을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파악된 대주주가 해당 과세연도에 실제 양도소득을 얻었는지 여부도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주주 중심 양도소득 과세가 전면적 양도소득 과세를 입법 목표로 하는 한시적 제도라면, 이러한 높은 과세행정비용 구조를 유지해야 할지에 대해 정책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비율 요건·시가총액 요건 대주주 해당자를 파악하고, 해당 납세자의 과세연도 내 순 양도소득을 확인해 과세대상자에게 정확히 예정신고 안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과세시스템은 전면적 양도소득 과세제도 하에서 불필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연말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으로 보유 중인 주주 수는 총 8만861명이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금액은 41조5천833억원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417조8천893억원)의 약 10%에 달합니다.
만일 이 물량 중 일부가 연말 조세 회피 목적으로 시장에 풀린다면 일시적인 주가 충격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주주 주식 보유 기준을 3억원으로 유지한다는 건 투자자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면서 "대주주 기준 강화는 동학 개미의 투자 의욕을 꺾고 연말 패닉 장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