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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잇단 사고에 수탁수수료 10배 폭증…김병욱 의원 "사모펀드 도태 위기"
입력 2020-10-09 18:14  | 수정 2020-10-09 18:33
김병욱 의원
라임, 옵티머스 등 잇단 사모펀드 사고로 펀드 자산을 보관해 주는 수탁사들에 관리감독 의무가 지워지면서 수탁수수료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신규 펀드 설정에 걸림돌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모펀드 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협회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0bp(0.1%) 이상 수탁수수료를 내는 신규 사모펀드의 비율이 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bp 이상 수탁수수료를 내는 사모펀드 비중은 2017년 1.6%에서 2018년 2.6%, 2019년 4.3%로 급증 추세다. 통상적인 수탁수수료가 2~5bp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탁수수료를 내고 있는 펀드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50bp 이상 수탁보수를 지불하는 신규 사모펀드도 4개나 있었다.
수탁사들이 수탁업무를 꺼리는 분위기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한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는 "수탁은행의 최근 수탁거부 사례 조사 결과, 규모와 업력을 불문하고 38개사로부터 55건의 사례가 접수됐다"며 "이것이 사모펀드 설정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신규 설정된 사모펀드 개수는 2017년 6358개, 2018년 6529개, 2019년 6921개에 달했으나 올해는 지난 8월까지 고작 1828개의 사모펀드만 새로 설정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중소·혁신기업 등에 공급한 자본이 회수되어 자본시장 모험자금 공급이 축소되고, 증시자금 유출에 따른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트랙 레코드(실적)가 분명한 회사임에도 최근 수탁사가 수탁수수료 3배 인상을 요구했다"며 "신규 펀드 설정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모가 작거나 새로 진입하는 사모펀드사는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관제펀드 주도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으면서 정작 필드의 사모펀드 업계는 사라질 위기"라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반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수탁사 관리감독이 강화되었지만, 전통적인 모험자본으로서 사모펀드 자체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며 "금융당국은 대안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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