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당시 초고층 화재 진압용 고가굴절사다리차가 화재 발생 6시간이나 걸려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5시간 동안 강풍에다 진압용 장비가 없어 화재 초동 대처를 못하면서 중·사상자는 없었으나 초진까지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지난 8일 오후 11시14분께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127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날 오후 11시7분께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과 함께 건물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옥상 쪽으로 번졌다. 화재는 다음 날은 낮 12시35분 초진됐다. 주민 91명이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119는 신고 접수 5만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해 나섰다. 하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강풍이 불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30층 이상 화재 진안비 가능한 70m 고가굴절사다리차가 없어 초기 진화를 더 힘들었다. 울산시소방본부가 보유한 고가사다리차는 52m 높이로 준초고층 건물 화재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다.
울산시소방본부는 긴급히 부산시가 보유한 고가굴절사다리차 투입을 요청했으나 고가굴절사다리차는 9일 오전 4시53분에 도착해 화재 진화에 투입됐다. 화재가 발생한 지 6시간 정도가 지난 뒤로 초기 화재 진화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국민의 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군)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70m 이상 고가굴절사다리차는 서울(2대), 부산(1대), 인천(2대), 대전(1대), 세종(1대), 경기(2대), 제주(1대) 등 10대 뿐이다. 7대 광역시 중 울산을 비롯해 대구, 광주는 1대도 없다.
서 의원은 "부산에서 고가굴절사다리차가 왔지만 오는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며 "30층 이상 고층 건물이 100개가 넘고, 아파트의 경우 32곳 2만 세대가 넘는 울산에서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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