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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딜 1년만에 클로징
입력 2020-10-08 16:04  | 수정 2020-10-08 16:57

[본 기사는 10월 7일(15:3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작업을 1년 만에 매듭 지었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그룹과의 점유율 차이를 한층 좁히게 됐다. 해태제과식품은 이번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5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잔금을 납입했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약 6개월 만에 거래를 종결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0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떼내 '해태아이스크림'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의 브랜드로 유명하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만주를 총 1325억원(주당 1만3250원)에 사들였다. 별도의 인수금융 주선 없이 보유 현금으로 인수대금을 전액 부담했다. 삼일PwC가 매수와 매각 측 재무자문을 모두 맡았다. 법무법인 세종은 매각 측,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인수 측 법률자문에 각각 참여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분할 이후부터 인수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27.9%로 1위인 롯데제과(31.8%)에 이은 2위였다. 하지만 점유율 3위 업체가 롯데그룹(롯데푸드·15.3%)인 걸 고려하면, 빙그레를 막강한 2위 사업자라 보긴 어렵다. 롯데그룹사의 점유율 총합이 전체 시장의 약 47%에 달해서다.
당초 해태제과는 국내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길 희망했었다. 동종 업계에 팔릴 경우 사업 기밀이 유출될 수 있었던 탓이다. 예상과 달리 잠재 후보군의 관심이 저조하자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 경쟁력 강화를 고심하던 동종 업계에도 러브콜을 던진 것이다.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국내 빙과업계의 전반적인 성장성이 꺾인 상황이라 인수 매력이 높지 않다 판단했다"며 "인수 후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한다 해도 기존 사업자 이외의 후보군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었던 편"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말 해태제과와 주식양수도계약(본계약)을 체결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지난달 28일 공정위가 해당 인수 건을 승인하며, 거래 종결의 결정적인 변수가 사라지게 됐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 이후에도 롯데그룹이 여전히 국내 시장 1위 사업자여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없다고 봤다.

이번 거래는 양 사 모두에게 윈윈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대폭 키우게 됐다. 올 상반기 기준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합산 점유율은 40.6%다. 47%인 롯데그룹을 바짝 쫓게된 것이다. 해태제과 입장에선 재무구조 개선에 물꼬를 트게 됐다. 해태제과 실적은 지난 2016년 '허니버터칩'으로 대박을 낸 뒤 하락세를 이어 왔다. 2016년 매출액은 7928억원이었으나 2017년 7430억원, 2018년 7063억원, 2019년 6900억원으로 줄곧 부진했다.
다른 PEF 관계자는 "빙과사업 자체가 PEF보단 기업과 기업간 거래에 맞는 자산군"이라며 "해태제과가 마케팅 포인트를 빠르게 바꾼 덕분에, 거래가 지지부진해지지 않고 종결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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