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하고 수출에 성공한 현대자동차가 내년까지 수소트럭의 생산 능력을 연간 2000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30년까지 전세계 주요 시장에 6만대 이상 수출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현대차는 스위스 루체른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현지 전달식을 7일(현지시간) 열고 고객사에 인도했다고 8일 밝혔다. 현대차는 앞서 세계 최초로 전주 상용차(버스·트럭) 공장에서 양산한 중대형 수소트럭 엑시언트 10대를 전남 광양항에서 선적해 수출했다. 이날 전달식에서는 쿱·미그로스·트라베고·갈리커 등 수소트럭을 운용할 스위스 물류·유통 기업 7곳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이달 말 수소트럭 3대를 추가 인도하고 올해 말까지 수소트럭 총 40대를 스위스에 수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 중 첫번째로 수소트럭을 양산한 현대차는 보다 구체화된 2030년 수소트럭 청사진도 내놨다. 우선 내년 말까지 국내에서 연간 2000대까지 수소트럭을 만들 수 있는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미 엑시언트를 생산 중인 전주공장에 수소트럭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안정적 생산 능력을 토대로 수출을 증대한다. 현대차는 앞서 2025년까지 10t급 수소트럭 총 1600대를 스위스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어 2030년까지 독일·노르웨이·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에 누적 기준 수소트럭 2만500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북미와 중국 진출도 시도한다. 북미에서는 내년부터 현지 물류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수소트럭 상용화 실증사업에 나선다. 이어 2030년까지 총 1만2000대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 수소연료전지차(FCEV) 총 100만대 보급을 정책화한 중국에도 같은 기간 2만7000대 이상 수소트럭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시장 수출 계획량을 더하면 6만4000대가 넘는다.
현대차는 이르면 2023년께 중국 쓰촨 상용차 공장에서 수소트럭을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수소트럭 기술 개발도 지속해 1회 충전에 주행거리가 1000km가 넘는 장거리 운송용 대형 수소트럭도 선보이기로 했다. 현대차가 이번에 수출한 엑시언트는 최대출력 476마력에 1회 충전당 주행거리는 400km 수준이다.
스위스에서 수소트럭의 성공은 현대차의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시키는 첫 걸음이다. 현대차는 수소트럭 생태계 확대를 위해 전통 차량 판매 대신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채택했다. 스위스 고객사들이 운행한만큼 수소트럭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사용료에는 충전·수리·보험?정기정비 등 차량 운행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 비용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현지 수소 인프라 민간단체인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를 중심으로 '현대하이드로젠모빌리티(HMM)·하이드로스파이더·H2에너지'를 비롯한 해외 수소 관련기업과 함께 차량공급부터 충전, 수소 에너지 생산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스위스 정부도 국내 각 지역에 수소충전소 100개를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는 차량이 커질수록 배터리 무게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전기차(EV)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중장거리를 이동하는 중대형 상용차는 수소차 플랫폼이 더 시장성 있을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수소 상용차 분야에서 리더십을 선제적으로 차지한다는 포부다. 이인철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부사장)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유럽 고객 인도는 단순히 현대차만의 수소전기차 개발 성과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가 깨끗한 에너지원인 수소 사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며 "성공적인 유럽진출을 발판으로 향후 북미와 중국까지 새로운 친환경 상용차의 여정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14일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디지털 프리미어' 온라인 발표회를 열고 수소트럭의 구체적 로드맵과 글로벌 사업 목표·전략을 공개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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