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진료 병원에서 바로 이뤄지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8일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은 국민 3명 가운데 2명이 가입한 상품으로 보험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청구방법이 복잡하다는 것 때문에 그동안 보험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연간 90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의 76%가 팩스와 보험설계사 전달, 보험대리점 방문 등을 통해 이뤄진다.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직접 발급받아서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보험사 애플리케이션(21%)이나 이메일(3%)로 청구하더라도 결국 보험사에서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해야한다. 사실상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청구가 99%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 의원은 "2009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가 있었지만 뚜렷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못해 국민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며 "서류 제출에 대한 번거로움과 보험금이 소액이라는 점 때문에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가입자의 요청이 있으면 병·의원이 직접 건강보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증빙서류를 보험업계로 전송하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정안과 다른 점은 심평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위탁업무와 관련해서는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 시민·소비자단체 등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료계는 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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