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20] 軍 "첩보에 `시신`은 없었고 `월북`은 있었다"

지난달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47)와 관련해 군 당국은 북한군이 A씨를 소각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빛 관측' 영상과 사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또 북한군 감청에 '시신'을 의미하는 단어는 없었으나,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우리가 음성(북한군 감청)을 확인했는데 시신, 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런 내용의 단어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하 의원이 이어 '뭘 태우긴 태웠는데 시신, 사체라는 단어는 없었다는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원 의장은 "예"라고 말했다.

원 의장은 '유해', '죽은 사람' 등 시신과 유사한 의미의 단어도 없었느냐는 질의에도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단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의장은 또 '(군 첩보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었냐'는 질문에 "그 단어는 있었다"고 답했다.
'희생자(A씨)의 육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상식적으로 우리가 희생자의 육성을 들을 순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들이 주고받은 대화 속에서 '월북'을 뜻하는 표현을 군 당국이 감청했다는 의미다.
이날 국감에서는 북한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한 후 소각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이 촬영된 사진이 있다는 점도 공식 확인됐다.
원 의장은 '시신이 40분간 탔다고 하는데 영상이 있는 걸로 안다. 의장은 영상을 봤느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사진으로 조금 찍힌 거만 봤다"며 영상은 못 봤다고 설명했다.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원 의장은 "시신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사진을 봤다"고 부연했다.
합참 정보본부장은 "의장이 답변한 수준으로 저도 확인을 했다"고 답한 후 '영상을 안 봤으면 정보본부장이 아니죠'라는 지적에 "네,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군은 지난달 24일 관련 내용을 발표할 당시 연평도 감시장비를 통해 22일 오후 10시 11분경 '불빛'이 관측됐다고 밝혔으나, 영상이나 사진으로 이를 확보하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국감 정회 직전에는 SI 첩보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민홍철 국방위원장이 '영상은 SI가 아닌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원 의장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 때문에 군이 확보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군 당국 발표와 달리 '자진월북'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시신훼손'을 사실상 부인한 만큼 군이 첩보를 통해 사건 정황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오류는 없었는지가 다시금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원 의장은 이날 기존 군 발표 내용에 대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