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태죄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거센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개정하겠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법개정 시한인 올해 연말까지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일부 종교단체 및 낙태죄 폐지 반대 여론을 뚫고 개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전날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정부의 입법예고를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하며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서 나온 공개 발언이다. 박 의원은 형법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고 권 의원은 여성가족부를 소관하는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이다.
박 의원은 "많은 시민들은 오랜 기간 낙태의 비범죄화를 요구해왔다"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낙태죄가 폐지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낙태의 비범죄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 헌재의 결정, 법무부 양평위의 권고를 전부 무시한 것"이라며 "저는 형법에서 낙태의 죄를 전부 삭제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인공임신중단의 절차와 요건 등은 보건의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모자보건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낙태와 관련된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 시한은 약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시한을 올해 12월 31일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법예고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집권여당 내부에서 정부안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실제로 낙태의 비범죄화가 실현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 의원들처럼 정부안에 비판적인 의원들도 있는 반면 처벌조항은 여전히 남겨둬야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관련 상임위 의원은 "낙태허용기간을 정부안(14주)보다 늘려야한다"면서도 "태아가 뱃속을 떠나서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시기 이후의 낙태에 대해선 처벌조항을 남겨두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개별의원들의 의견 외에 일부 종교단체와 낙태죄 반대 여론도 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들 입장에선 여성단체의 비판도, 종교단체의 비판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의원들 입장에선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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