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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성희 "무대서 연기인생 2막 시작…목표는 사람 살리는 배우"
입력 2020-10-08 07:00 
드라마, 영화에서 활약하던 배우 최성희가 연극 무대를 통해 활동을 재개한 소감을 밝혔다. 제공|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사실 2014년부터 작년까지는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왠지 요즘은 참 어려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요즘 더 기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을의 시작을 알린 지난달 충무로에서 만난 배우 최성희(33)는 코로나19 시국에 연극배우로 살아가기 팍팍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 치며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 마치 그의 SNS를 가득 채운 긍정 에너지가 실제 그와 마주앉은 현장의 공기를 타고 뿜뿜대는 느낌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일상에 대해 최성희는 "처음 한 일주일이 고비였던 것 같은데 쉬면서 보낸 기간이 길어서인지 요즘의 열 달은 아무렇지 않다"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채 전, 이토록 웃픈 고백을 담담하게 내놓는 그에게 원래 그렇게 긍정적이냐 묻자 그는 "어릴 때부터 희한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긍정적인 편"이라면서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상황엔 최대한 깊은 생각 안 하기"를 비결로 꼽았다.
중3 때부터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려오다 2011년 미스그린코리아 진에 발탁되면서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최성희. MBC 모두 다 김치, tvN 마녀의 연애, MBC 미스코리아, KBS2 오 마이 비너스 등 다수의 드라마와 환상, 여자전쟁 도기의 난, 거울 등 영화에서도 활약하며 어느덧 10년째 활동 중인 배우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건 아니다.
2014년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선보인 파격 드레스로 화제가 됐지만 깜짝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2018년 결혼을 전후로 3년 여 잠시 활동에 쉼표를 찍었다가 지난해부터 주 활동 반경을 대학로로 옮겨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배우 최성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공연계 현실에 낙담하기보다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제공|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2019년 한 해에만 연극 울엄마 그리기, 마요네즈, 안동체홉 등 다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며 다시 배우로서 예열을 마쳤지만 코로나19라는 악재 앞에 또 다시 잠시 강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최성희. 하지만 지금의 이 시련의 시간을 그는, 배우로서 더 깊어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더 규칙적이고, 계획적이 됐어요. 직접 책을 읽기도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좋은 책도 많이 소개받고 있죠. 듣다가 좋은 글귀, 꽂히는 글귀는 받아적기도 하고요. 무대 공연이 어려워진 현실이지만, 받아들여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저는 제 안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서 잠들기 전 오늘도 수고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더 두각을 보였지만 최성희에게 연극 무대는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연극 곰과 백조의 노래(2006), 스테이션호텔보이닉크(2008), 아버지의 가수(2009) 등 2000년대 상연된 작품들도 엄연한 그의 필모그래피이기 때문. 그는 "연기자로서 공백이 길었던 만큼 다시 무대에 올라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무대로의 복귀를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초심을 되찾고 싶었을뿐 아니라 연기적인 한계를 깨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제 나이가 진짜 연기력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연기적으로 내공을 쌓고 싶었어요. 특정 이미지로 알려지는 건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이제 진짜 연기로 승부를 보자는 마음이었죠."
직접 작품을 찾아 오디션을 거쳐 제대로 판에 뛰어든 최성희. 근 10년 만에 돌아간 무대의 맛은 어땠을까. 최성희는 "처음엔 무대 위 걸음걸이조차 어색했다"고 복귀 첫 무대를 떠올렸다.
최성희는 연극 무대에서 초심을 되찾았다며 "연기로 승부를 보는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공|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어렸을 땐 멋모르고 대사만 달달 외워 움직였는데, 이제 진짜 실제 그 캐릭터가 되어, 관객이 한명이건 두명이건 극을 끌고 가야 하니까, 처음엔 너무 어색했어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엔 너무 떨렸죠. 하지만 에너지를 쏟아내는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어요. 하루하루 무대에 설 때 나만의 차오르는 (내면의) 느낌, 에너지가 어마어마하죠. 그렇다고 지금 제가 진짜 잘하느냐, 물론 그건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시점들이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시 활동에 시동을 건 만큼, 자기 PR에도 당당했다. "저는 어떤 스타일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지는 편이에요. 어떤 옷을 입혀도 다른 이미지가 소화 가능한, 백지 같은 배우죠. 그동안엔 도회적이고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그런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캐릭터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최성희의 바람은 그저 흔한 바람이 아니다. 딱 봐도 늘씬한 서구형 체형 덕분에 데뷔 초부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이미지로 알려졌던 그는, 앞서 언급한 2014년 청룡영화상 레드카펫 드레스 하나로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뭇 대중에 섹시 이미지로만 기억되고 있기 때문.
지금은 시간이 지나 다소 흐릿해졌지만 당시 쏟아진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와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에 받은 상흔은 여전함에도, 최성희는 그 상처마저도 긍정적으로 승화시켰다.
"다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 나는 일들도 있었고, 솔직히 당시엔 노출 이미지가 너무 크게 각인되다 보니 들어오는 작품들이 대부분 작품성보단 노출을 강요하는 것들이었는데 당시 소속사 대표님이 다 거절해주셨어요.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일 역시 배우로서 하나의 히스토리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해요. 그 역시 하나의 역사니까. 이제 앞으로는 또 다른 역사를 써야죠.(미소)"
공황장애를 극복한 최성희는 "아픔을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2012년부터 앓아온 공황장애를 2017년 한 인터뷰를 통해 공개해 화제가 된 최성희. 지금은 완치에 근접하다 할 정도로 많이 안정됐다는 그는 "남편(최성락 SBS PD)이 나를 감정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게 많이 잡아줬다"며 고마워했다.
아픔을 이겨낸 만큼 새로운 꿈도 생겼다.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포부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 있잖아요. 저같은 애도 이겨냈는데 하물며 당신들은 왜 못 하겠나 생각해요. 아픔을 겪고 있는 수많은 분들이 저를 보시고라도, 꼭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최성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 살리는 배우라고 답했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배우. 저를 보면 기뻐지는 인생이 되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예요. 제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려면, 제가 더 잘 되어야겠죠. 목표나 꿈은 원대하고 클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반드시 그 꿈을 딱 이룰 수 없을지도 몰라도, 그래도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도 저는 제가 꿈꿔왔던 것들은 하나하나 이뤄왔어요. 앞으로도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이뤄가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 친구 참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로 자리잡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요?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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