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관대한 공모주 시장…의무보유 없어 `먹고 빠지기`

올해 투자 열풍이 불었던 공모주 시장에서 기관과 더불어 청약 물량을 대거 확보한 외국인들이 정작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외국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증시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공모주를 통틀어 외국인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4.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인 37.81%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투자가가 유망한 공모주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배분된 공모주를 2주 또는 6개월 등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하는 약정이다.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으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한 인기 공모주를 곧바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외국인은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고 물량을 배정받아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크다"면서 "상장 이후 신규로 매수하는 개인투자자는 단기 오버슈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손꼽혔던 SK바이오팜은 외국인이 전체 공모주 1957만8310주 가운데 31%인 607만3470주를 받아 갔지만 의무보유확약은 없었다. 외국인은 7월 2일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같은 달 21일까지 14거래일 연속 416만1898주(약 8321억원)를 순매도했다.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관들은 의무보유확약을 걸지만 외국인은 하지 않는 불균형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전망이다.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공모주 성격상 유명 해외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사전에 협약하는 사례가 많고, 의무보유확약 기간 설정도 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명 해외 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에 전체 공모 물량 중 절반 내외를 배정하는 업계 관행도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안갑성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