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막혀도 `현금박치기`로 집 산 사람은 늘어
입력 2020-10-07 14:11 
현금부자들이 가장 많이 산 아파트 한남더힐 전경 [매경DB]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중에도 오로지 보유한 현금만으로 고가주택을 사들이는 '현금 부자'들의 주택 구입이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60만여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서울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매수한 5만9591명 중 8877명(14.8%)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움이나 증여 없이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현금 구매자'들은 2018년 2496명에서 2019년 3276명으로 31.25%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3105명이 100% 현금으로 집을 사들여 지난해보다 인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현금 주택 구입자 중 최고가 주택 구매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구입하면서 161억2731만원을 모두 금융기관 예금으로 조달했다.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구입한 자금 161억여원을 모두 금융기관 예금으로 조달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매경DB]
이밖에 올해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을 구입한 1977년생 A씨는 집값 130억원을 역시 전액 현금으로 지불했다.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110억원에 매입한 1972년생 B씨, 2019년 성북구 성북동 주택을 96억6800만원에 구입한 1983년생 C씨 등도 금융기관 도움 없이 모두 자신의 예금만으로 조달했다.
오로지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사람 중 1055명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처분도 없이 예금 등으로만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현금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택은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이었다. 모두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1채 기준)의 주택을 현금만으로 매입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구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는 각각 14명이었다. 이어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13명), 강남구 역삼동 옥산하우스(12명),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10명), 강남구 개포주공(10명),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10명) 등 순이었다. 주로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구(248명), 서초구(184명), 용산구(123명), 송파구(105명) 순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432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293명, 40대 216명, 30대 87명 등이 뒤를 이었다. 20대도 27명이 있었다. 가장 어린 '현금부자'는 2019년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분양권을 17억2430만원에 산 2000년생 D씨였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소수의 현금부자들은 고가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의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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