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이번엔 전문직 취업비자 옥죈다
입력 2020-10-07 10:22  | 수정 2020-10-14 11: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기업 주재원 비자, 방문연구원, 학생비자 등에 대한 장벽을 계속 높이는 가운데 유학생들의 대표적인 취업비자까지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 노동부·국토안보부는 6일(현지시간) H-1B 비자 발급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안을 마련, 곧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켄 쿠치넬리 국토안보부 차관은 "새 기준에 따르면 기존 H-1B 비자 신청의 약 1/3 은 거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은 미국 일자리를 미국인에게 돌려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날 노동부와 국토안보부는 이 같은 규정 변경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H-1B비자 보유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1B비자는 연간 8만 5000건이 발급되며, 20만명 안팎이 지원하기 때문에 추첨 방식으로 배정되어 왔다. 이중 2만 건은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주어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테크기업들은 H-1B비자 제도를 통해 미국에서 유학한 전세계 우수 인재를 매년 수천명씩 고용해왔다. 인도, 중국계 다음으로 한국인 고학력자들이 많이 받아온 비자로 알려져 있다. 이 비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학생들의 취업 절벽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H-1B 비자 '문턱 높이기'는 2017년부터 예고되어 왔다.
WSJ(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실제 규정 변경이 있기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H-1B 비자를 까다롭게 운영해왔다. 2016년에 6.1% 였던 거부율이 2019년에는 15.1%로 높아졌다.
이에따라 H-1B 비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임금을 크게 높여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침은 당장 8일부터 시행된다. 기존 H-1B비자 보유자도 임금을 새 기준에 맞춰 올려받지 못하면 갱신할 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공과 연관성도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지금은 학사학위 또는 그에 상응하는 경험이 있을 경우 특수직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성이 있는 분야의 학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전자공학 학사 학위가 없으면 H-1B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모델은 이 기준의 예외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사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멜라니아 여사는 1996년 H-1B비자를 받아 슬로베니아에서 미국으로 모델일을 하기 위해 이주해왔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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