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주변 아파트 대비 5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줍줍(줍고 줍는다는 뜻)' 물량 28가구가 나왔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금융권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입성'을 노리는 전국 대기 수요를 한번에 빨아들이며 치열한 추첨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에서 나오는 '줍줍'은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 극히 이례적으로 미분양 단지에서나 간혹 찾아볼 수 있어 이번 사례는 이례적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지스자산운용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강남구 삼성동 소재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28가구에 대한 공개입찰 매각 공고를 띄웠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6월 이 아파트에 속한 46가구를 통매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고급 주택으로 탈바꿈시킨 후 일반을 상대로 재매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 '금부 분리(금융과 부동산 분리)' 논란이 터져나오며 발목을 잡혔다. 결국 리모델링 계획을 없던 것으로 하고 공개입찰 매각 방식으로 전환했다. 매입한 46가구 중 세입자가 있는 18가구를 제외한 28가구가 매각 대상이다. 매각가는 전용면적 59㎡가 8억2360만~9억1520만원, 전용 84㎡는 11억7990만~13억7080만원이다. 주변 단지인 삼성동 현대, 석탑이나 청담동 청담삼성3차 등과 비교해 동일 면적 대비 5억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전 소유주와 '통매입 계약'을 체결하며 비교적 싼값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삼성동에 속한 입지가 높은 평가를 받아 주변 시세와 키맞추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공개입찰은 '온비드' 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온비드 홈페이지에서 8~12일 신청할 수 있다. 입찰에 들어갈 때 매각가 10%인 보증금을 우선 납부해야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추첨에서 떨어지면 보증금은 돌려받는다. 1인 1개 호실에 대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복수 호실 중복 신청은 부적격 사유다. 13일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가린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다주택자는 기존 집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임대를 할 것인지 계획서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깐깐한 구청 허가를 통과한다면 매매계약 체결은 11월 10일까지, 잔금 지급은 12월 22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공개입찰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아파트를 개인에게 매각하는 구조로 청약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서를 낼 수 있다. 또한 모든 아파트 매각가가 주택담보대출 실행 상한인 15억원을 밑돌고 있어 무주택자라면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준공된 삼성월드타워(사진)는 지상 최고 14층 1개 동으로 이뤄진 '나 홀로 아파트'다. 용적률 333%로 추후 재건축은 힘들고 리모델링만 가능하다. 전용 59㎡는 방이 하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용 84㎡는 방이 2개인 곳과 3개인 곳이 혼재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주변 시세와 단순 비교하지 말고 아파트 시설과 설비 등을 함께 고려해 입찰에 참여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유튜브 '매부리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장원 기자 /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