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성장株 주춤하자…차화철, 가을증시 달군다
입력 2020-10-06 17:36  | 수정 2020-10-06 19:41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차·화·철(자동차·화학·철강)'이 가을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출 경기가 둔화되면서 소외됐던 '차·화·철'이 반등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LG화학 등 대형 기술주가 최근 조정을 받는 사이 대형 경기민감주가 빈자리를 채우는 모양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현대차 주가는 5.8%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맞은 2015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기아차 주가는 더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상승률만 20.1%에 달한다. 이 기간 코스피는 0.1% 하락한 만큼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화학 또한 저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원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개월 사이 주가가 18.0% 급등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수소차 업체 니콜라 투자 효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24.4% 급등한 상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원유 수요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유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셰일가스 생산을 늘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기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우려보다 견조한 상황이며 저유가 지속으로 당분간 실적 호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 또한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1개월 사이 포스코 주가는 8.6% 상승했다. 올해 실적 부진으로 배당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중국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6개월 동안 글로벌 철강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철강 자회사는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라며 "4분기 철광석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원가 급등 우려를 해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반등에는 한국 특유의 '위기 극복 DNA'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의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8.2%였다. 지난해 9월 기록한 7.7%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일본 자동차 3사는 같은 기간 미국 시장점유율이 30.2%에서 29.6%로 줄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공적 신차 효과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선순환 효과가 시작되고 있다"며 "성공적인 신차 출시 효과는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더 높은 점유율 상승과 수익성 개선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것도 한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주가 수준이 높은 대형 기술주를 매도하고 경기민감주를 매수하는 추세로 이어지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예상 실적으로 산출한 네이버 주가수익비율(PER)은 6일 기준으로 52.91배에 달한다. 특히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PER는 191.60배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18.18배), 기아차(13.86배), 롯데케미칼(39.71배), 포스코(16.88배)는 PER가 대형 기술주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그동안 급등한 기술주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 경기민감주가 당분간 한국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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