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홍남기 "재정준칙, 시행령 대신 법에 담을 수도"
입력 2020-10-06 16:04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과 관련해 국가재정법 등에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3% 기준을 담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국회 입법절차가 필요한 상위법 대신 정부가 정하는 시행령에 담아 규정하려 했는데 구속력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방침 변경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해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홍 부총리는 6일 한국형 재정준칙과 관련해 비공식 브리핑을 갖고 "(발표한 재정준칙이) 결코 느슨한 기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준칙을 검토하면서 국가채무비율 60%이나 통합재정수지 마이너스(-) 3% 기준 둘 중 하나만 쓰거나 둘 다 만족하는 가장 엄격한 경우도 검토했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를 겪는 몇 년간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만큼 양쪽을 병행해 보완하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서 제시한 재정준칙 산식은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가 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어느 한쪽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나머지 한쪽이 기준을 보완하면 준칙에 부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한도 기준을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시행령은 정치권에서 장관을 압박할 경우, 국무회의 절차만으로 개정·변경이 가능하다. 결국 '맹탕' 준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다수 국민 의견이 재정준칙을 시행령보다 법으로 제정하는게 타당하다고 한다면, 법으로 제정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준칙을 국가재정법 등 법에 규정하는 것도 방안이고,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도 방안인데,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반드시 (재정준칙을) 시행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국회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80석에 이르는 범여당이 확장재정을 고수하는 데다 애시당초 정부 역시 이를 감안해 시행령에 재정준칙 핵심내용을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돈을 풀어 표심을 얻어야 하는 정치권 입장에서 '숫자'가 법령으로 명시되는 것을 극구 반대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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