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년 전에 잃어버린 가족, 편의점이 찾아줬어요"
입력 2020-10-06 15:13 
CU 장기실종아동찾기 캠페인. [사진 제공 = BGF리테일]

"제가 고아가 아니었다고요?"
강영희 씨(24·가명)는 평생을 자신이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강씨의 기억 속에는 아동보호시설에서의 생활이 있을 뿐 가족과 지낸 추억같은 것은 없었다. 부모는 물론 가족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살아온 탓에 그들을 찾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런 강씨가 가족을 찾았다. 2000년 6월 강씨를 잃고 20년 동안 그를 애타게 찾아온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홀로 길을 잃은 탓에 강씨는 자신이 실종아동이라는 사실을 가족을 찾고서야 알게됐다.
강씨 가족이 상봉한 것은 지난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9일이다. 우연히 들른 집 근처 CU 편의점 POS 화면에서 강씨가 자신의 어릴적 사진과 신상정보가 담긴 화면 옆에 '장기실종아동 찾기'라고 적힌 것을 본게 계기가 됐다.
강씨는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 연락했다. 자신이 화면 속 그 아이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실종 아동이 아닌 자신을 찾는 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연락이 자신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
20년 넘게 강씨의 행방을 찾아온 가족들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자 지난 8월 아동권리보장원에 요청해 강씨를 장기 실종 아동으로 등록했다. BGF리테일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달부터 CU 점포 1만4000여개에 비치된 POS 모니터에 강씨의 사진과 정보를 송출했다.
전국 편의점에 공개된 강씨의 어릴 적 사진을 강씨 스스로 확인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실종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나 주변인이 아닌 당사자가 정보를 인지하고 직접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8년 편의점 업계 최초로 아동권리보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CU 인플를 활용해 장기 실종아동의 조기 귀가를 돕고 실종·유괴 예방 활동을 진행해왔다. 2017년에는 경찰청과 함께 미아 찾기 캠페인 '아이CU'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어린이 뿐만 아니라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등 약 80여명이 안전하게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민승배 BGF리테일 업무지원실장은 "수년간 진정성을 가지고 진행해온 캠페인이 어려운 시기에 영화 같은 결실로 나타난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CU 전국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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