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삐풀린 전셋값 ◆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높아졌어요. '깡통전세' 될까봐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최근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박 모씨(39)는 인근 전셋집을 알아보다 아파트 전셋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양주 호평마을신명스카이뷰하트 아파트는 399가구인데 현재 전세 매물은 달랑 2건이었다. 이 중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3억8500만원이다. 지난 6월만 해도 2억6000만~2억9000만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뛴 것이다. 이곳은 지난 8월 3억3000만원~4억원대에 거래됐는데 이제는 전셋값이 집값보다 더 비싸게 역전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불안해하면서도 전세 매물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다"고 했다.
주택가격 5억원대 이하 매물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파주 해솔마을2단지월드메르디앙(84㎡)은 전셋값이 2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열흘 전 이 아파트는 2억1500만원에 팔렸다. 경기도 김포 신안아파트(59㎡)도 매매가는 1억7300만원대인데 전세는 1억8000만원을 넘는다.
특히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주로 사는 서울 소형 아파트나 중소형 아파트에서도 '깡통전세'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원구 하계동 청구3 아파트는 전용 85㎡의 최근 실거래 기준 1개월 평균 매매값이 5억8700만원이지만 전셋값은 5억2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89.4%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규제로 인해 이런 '역전세' 상황이 발생한 후 정부가 그토록 터부시하던 '갭투자'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갭투자 증가 지역 1~4위는 경기 김포·파주·화성·시흥 순으로 모두 5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이다. 김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니까 김포는 교통 호재와 발전 가능성을 보고 갭투자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비조정 지역인 지방은 세금 규제·대출 규제를 피해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에 갭투자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저렴한데 임대 수요는 늘고 임대 물량이 줄면서 자기자본을 단 1원도 들이지 않고 집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성행하는 것이다. 전남 광양 성호2차는 전용 39㎡ 매매가격이 5900만원인데 전세는 7200만원대다. 집을 사고 전세를 놓으면 1300만원을 더 받는 구조다.
정부가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지만 지방은 비조정지역으로 세금 규제에서 비켜간 점도 갭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취득세의 경우 조정지역 2주택 또는 비조정지역 3주택 해당 주택 취득 시 8% 세율이 중과되지만 지방의 공시가 1억원 이하는 취득세 중과가 배제돼 1~3%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또한 시세 1억원 이하 지방 아파트들은 공시가가 5000만원 이하여서 여러 채를 소유하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없다.
예를 들어 광양 성호2차 아파트 전용 39㎡를 10채 소유해도 총 공시가가 6억원 이하로 종부세가 비과세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 가격도 올라 소형 평수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이 가능한데,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외부 투자자들이 10채씩 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역전세'는 향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 규제와 세 부담 상승,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높아졌어요. '깡통전세' 될까봐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최근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박 모씨(39)는 인근 전셋집을 알아보다 아파트 전셋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양주 호평마을신명스카이뷰하트 아파트는 399가구인데 현재 전세 매물은 달랑 2건이었다. 이 중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3억8500만원이다. 지난 6월만 해도 2억6000만~2억9000만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뛴 것이다. 이곳은 지난 8월 3억3000만원~4억원대에 거래됐는데 이제는 전셋값이 집값보다 더 비싸게 역전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불안해하면서도 전세 매물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다"고 했다.
주택가격 5억원대 이하 매물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파주 해솔마을2단지월드메르디앙(84㎡)은 전셋값이 2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열흘 전 이 아파트는 2억1500만원에 팔렸다. 경기도 김포 신안아파트(59㎡)도 매매가는 1억7300만원대인데 전세는 1억8000만원을 넘는다.
특히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주로 사는 서울 소형 아파트나 중소형 아파트에서도 '깡통전세'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원구 하계동 청구3 아파트는 전용 85㎡의 최근 실거래 기준 1개월 평균 매매값이 5억8700만원이지만 전셋값은 5억2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89.4%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규제로 인해 이런 '역전세' 상황이 발생한 후 정부가 그토록 터부시하던 '갭투자'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갭투자 증가 지역 1~4위는 경기 김포·파주·화성·시흥 순으로 모두 5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이다. 김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니까 김포는 교통 호재와 발전 가능성을 보고 갭투자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지만 지방은 비조정지역으로 세금 규제에서 비켜간 점도 갭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취득세의 경우 조정지역 2주택 또는 비조정지역 3주택 해당 주택 취득 시 8% 세율이 중과되지만 지방의 공시가 1억원 이하는 취득세 중과가 배제돼 1~3%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또한 시세 1억원 이하 지방 아파트들은 공시가가 5000만원 이하여서 여러 채를 소유하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없다.
예를 들어 광양 성호2차 아파트 전용 39㎡를 10채 소유해도 총 공시가가 6억원 이하로 종부세가 비과세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 가격도 올라 소형 평수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이 가능한데,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외부 투자자들이 10채씩 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역전세'는 향후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 규제와 세 부담 상승,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