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투자에 쓴다더니…빚 갚는 데 쓴 상장사들
입력 2020-10-05 17:34  | 수정 2020-10-05 19:30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시설투자 목적으로 조달된 자금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투자는 공장 건설이나 설비 매입 등 사업 확장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러한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된 셈이다.
5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자료를 받아 '2019년 직접금융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해 국내 상장기업이 발행한 주식과 주가연계채권을 통해 시설자금 용도로 조달된 자금이 2조8000억원으로 나타나 전년(3조9000억원) 대비 1조1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제 집행 규모다. 지난해 시설자금 용도로 조달된 자금 중 실제 집행된 자금은 1조1000억원으로 전체 39.3%에 불과했다. 2018년 시설투자 집행 규모가 1조8000억원, 시설투자 집행 비율이 46.2%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제 집행 규모와 비율이 모두 줄어들었다.
지난해 미·중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등 국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자 기업이 시설투자 계획과 집행을 모두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인건비나 재료비 등으로 쓰인 운영자금은 8조5000억원으로 전년(6조5000억원)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시설투자는 감소한 반면 기업의 일상적인 사업 운영에 드는 비용 부담은 크게 증가한 셈이다.
기업 채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시설투자 목적으로 조달된 자금 가운데 일부가 채무상환 목적으로 쓰인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채무상환 용도로 조달된 자금은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실제 채무상환에 쓰인 돈은 1조원으로 조달 금액의 333%에 달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면서 채무 부담이 급증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욱 의원은 "제조업 육성의 중요한 지표로 쓰이는 시설자금 조달이 줄어들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조달한 자금을 실제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경제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편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 겸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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