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 비난에 열 올리던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특별한 위로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4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은 "인간으로서 연대감 차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회복과 건강을 기원한다"면서 "이번 고통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사려깊고 인간적인 사람이 되어 국제 사회를 이해하길 바란다"는 위로 메시지를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마두로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해왔다. 다만 지난 달 23일 열린 유엔총회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2년 만에 유엔 무대에 등장해 "미국은 세계 평화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제재를 비판하며 끝까지 맞서겠다고 열을 올린 바 있다.
2017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주의 국가' 비난에 나서면서 베네수엘라와 동맹국을 집중 제재해왔다. 지난 달 30일에는 미국 국무부가 쿠바 실세 장군인 루이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로페스-카예하스에 대해 "쿠바 시민을 억압할 뿐 아니라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기생적 관계를 지원한 인물"이라면서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로페스-카예하스는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위로, 쿠바 군부 산하 국영회사 '가에사'(GAESA)를 움직이는 인물이다. 쿠바 경제활동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에사는 수십 개 자회사를 두고 쿠바 내 모든 소매점과 57개 호텔, 관광 버스와 식당 등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
이번 국무부 제재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선거인단 선출을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나왔다. 특히 공산주의 반대 성향이 짙은 쿠바 등 카리브해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플로리다 주 표심을 겨냥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 분석이다. 플로리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지지 지역이지만 올해 대선과 관련해서는 경합주로 분류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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