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집에서 단둘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일명 '인천 라면 화재' 형제가 추석 연휴 기간 완전히 의식을 되찾아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5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발생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형 A군(10)과 동생 B군(8)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현재 의식을 또렷이 회복해 대화가 가능하고, 1도 화상을 입은 B군은 눈을 뜨는 등 의식을 되찾았으나 고갯짓 정도만 가능하고 대화는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들 형제는 사고 후 11일 만인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눈을 떴으나 이후 대화 등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이날 오전 가족을 통해 A군 형제가 추석 연휴 동안 의식을 회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동생은 아직 몸이 굳어 한쪽만 계속 응시하는 수준으로 대화까지는 할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A군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A군은 안방 침대 위 아동용 텐트 안에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B군은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 있다가 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한편, 형제를 위해 써달라며 전국에서 답지한 성금도 1억8000여만원을 넘어섰다. 인천 미추홀구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시민 750명은 화재로 다친 형제에게 1억2800만원을 지정 기탁했다. 지정 기탁은 기부자가 기부처와 기부 금품의 용도를 정해 기부할 수 있는 절차로, 대다수 후원자는 A군 형제의 치료비로 기부금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외 인천시교육청 직원들은 성금 1463만3000원을 모아 형제가 다니던 학교에 지난달 말 전달했고,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도 소속 지역위원장, 시·구의원, 당원 등이 모은 성금 1064만원을 형제 치료비로 써 달라며 학산나눔재단에 기부했다. 서울에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군 형제에 대한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시민 1011명이 4506만원 가량을 기부했고, 10명이 계좌 자동 이체를 통한 정기 후원을 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형제가 입원한 병원에 기부금을 직접 전달해 A군 형제의 화상 치료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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