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랙핑크가 신곡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로 컴백한 가운데 뮤직비디오 속 간호사 복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성적 대상화 된 의상이 간호사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과 편견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블랙핑크는 지난 2일 정규 1집 '더 앨범'(The Album)의 타이틀곡 '러브식 걸즈'와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3일 만인 5일 오후 1시 기준 98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 속에서 멤버 제니가 간호사 의상을 입고 등장한 장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제니는 1990년대 초에 사라진 간호사 모자를 쓰고 흰색 짧은 치마와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이를 두고 현직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간호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그만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간호사도 직업이다'(Nurse is profession), '간호사는 코스튬이 아니다', '간호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멈춰라'(Stop Sexualizing Nurse)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해 글을 쓰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오후에는 '간호사도 직업이다' 해시태그가 트위터 코리아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해시태그와 함께 "대한민국 구글에서 '간호사'를 검색하면 '성인 인증'과 '간호사 성인 코스튬'이 나온다"며 "특정 직업군을 대상화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멤버 본인은 랩 가사에 '의사'라는 단어를 넣었는데 왜 간호사로 그려냈는지 의도가 궁금하다"면서 "소속사와 뮤직비디오 감독은 여자 연예인 내세워 숨지 말고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간호사 대나무숲'에도 간호사 코스프레를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사는 "1991년, 서울대 병원을 시작으로 간호모와 하이힐, 짧은 치마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30년도 넘게 지난 구세기의 유물을, 갖은 노력으로 끊어낸 이미지를 대중매체에서 같은 카테고리로 넣는 모습을 보여주고, 상기시켜주고, 굳이 연결해 준다"고 지적했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간호사를 미래의 직업으로 삼고 공부하는 학생이든, 현재 근무 중인 사람이든 '내'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나'의 직업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성적으로 상품화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속상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직업이 특정 양식의 옷을 입고 근무하는 직업이고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아직도 미디어는 간호사 성적 대상화를 버리지 못했다. 언제쯤이면 간호사가 저런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발표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14.5%가 성추행 및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 중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한편, 뮤직비디오 속 간호사 복장과 관련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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