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트럼프 확진` 초대형 변수 등장에도 무덤덤한 증시…왜?
입력 2020-10-05 11:15 

추석 연휴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졌지만 증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이라는 최대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변동성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지만 시장은 이미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선반영 하고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추가 부양책 합의가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오전 11시 9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29.99포인트(1.27%) 오른 2357.44를 기록하고 있다.
3일간의 추석 휴장 기간 동안 미국의 대선후보 1차 TV토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이 있었음에도 지수는 오히려 급등세다.
한국 증시 뿐 아니라 일본 니케이 지수도 1.4% 가량 급등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알려진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48%, 나스닥지수는 2.22% 급락했다. 그 여파가 이날 아시아 시장에 들이닥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10월은 변동성이 컸다. 1992년 이후 10월 VIX(변동성) 지수의 평균 등락률은 22%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해도 17%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이슈가 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내 TV토론,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이슈의 추가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시장은 바이든 당선, 민주당의 클린스윕, 트럼프 대통령 불복 시나리오 등을 기반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최악의 경우만 아니라면 일주일 이상 끌고 갈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업 실적이나 유동성이 큰 영향을 미칠 이슈는 아니며 노출된 악재는 시장이 단기에 선반영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의 추가 부양책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채권값이 오히려 하락했다. 추가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진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바이든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다급해졌다"라며 "더 이상 부양책 협상에 느긋하게 나설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민주당은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는데 1조5000억 달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던 백악관과 공화당도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대선의 구도는 바이든 대세론에 무게감이 실리는 분위기다. 1차 TV토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2·3차 TV 토론과 대규모 유세 일정도 연기가 불가피한데다 백악관 핵심 참모와 트럼프 대선 캠프 인사들의 연이은 양성 판정으로 사실상 대선 캠프는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보다 바이든과 관련된 산업군에 집중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친환경 에너지와 소비재(IT, 자동차)가 대표적"이라며 "바이든은 지난 1차 TV 토론에서 예상외로 선전했고 이번 코로나19 확진 사태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어 대선 전까지 활발한 유세 활동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트럼프가 선거전에 복귀하기 전까지 바이든 수혜주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면서 "한국 주식시장 역시 미국을 따라갈 것이므로 관련 산업을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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