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요트 여행을 목적으로 미국에 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평소 강 장관에 호의적인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강 장관은 이번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제(3일)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요트를 구매한 뒤 요트를 타고 미국 연안과 카리브해 등을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런 계획을 수개월 전부터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올려왔습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KBS 취재진에게 "그냥 여행 가는 건데. 자유여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이 교수의 미국행은 정부가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에서 이뤄져 논란이 됐습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 자체를 금지하지 않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고위공직자의 가족에게도 정부 정책 준수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교수의 여행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더군다나 특별여행주의보는 여행자 본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불필요한 국가 간 이동을 통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행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비판 대열에 여당 지도부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강 장관의 거취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에 민주당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방역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여행자제를 권고하면서 고위공직자의 가족은 예외를 두고 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교수의 미국행이 처음 보도된 그제(3일)까지만 해도 침묵을 지켰던 강경화 장관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듯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회의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강 장관은 청사를 나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남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하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여행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자제를 설득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장관은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가 공직자가 아닌 만큼 여행을 무작정 비판할 게 아니라 개인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가족에게까지 공직자에 준하는 언행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교수 본인도 KBS 취재진에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