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中 SMIC 제재에…반도체株 3분기 웃을까
입력 2020-10-04 17:44 
미국이 중국 반도체 업체를 제재하면서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연말까지 미국 대선 등 변수가 많아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삼성전자 주가는 0.5% 상승했다. 또 다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 주가도 7.6% 큰 폭으로 올랐다.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갖고 있는 SK하이닉스도 1.3% 상승했다. 미국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를 블랙리스트 대상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에 추가되면 SMIC에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선 미국 행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제재가 현실화한다면 SMIC가 사실상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장비와 부품 공급 등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SMIC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한국 파운드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SMIC 제재로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긴급 주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제재 학습효과를 고려하면 중국 파운드리 공급에 대한 심리적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향후 중국 파운드리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전망"이라며 "중국 스마트폰, PC, 가전 업체들이 향후 재고 확보 차원에서 한국 파운드리 업체에 긴급 주문을 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도 미국의 SMIC 제재가 한국 파운드리 업체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8인치 웨이퍼 양산 라인 수혜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2인치 웨이퍼에 비해 증설이 어려워 공급 부족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SMIC 제재로 화웨이까지 어려움에 처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거래가 막히면서 화웨이가 대안으로 고민해왔던 SMIC도 선택지에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화웨이의 위기 역시 IM(IT·모바일) 사업 부문을 보유한 삼성전자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증권가는 미국이 잇달아 중국 기업을 제재하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 IT 기업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년 전만 해도 미·중 갈등은 우려 사항이 더 크게 작용했지만 지금은 한국 IT 기업의 반사이익,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 유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도 부각되고 있다"면서 "SMIC와 화웨이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은 삼성전자 등 국내 IT 기업 실적 전망에 구체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 10조26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한 수치다. DB하이텍도 전년 동기 대비 30.1% 늘어난 804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국내 IT 기업들의 수혜가 전망되지만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까지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고 미·중 갈등이 더 심각하게 확산하면 한국도 타격을 피하긴 어렵다. 유동성 추가 공급에 대해 우려 사항이 있는 것도 문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수혜주로 두각을 보이면 삼성전자 주가와 함께 지수도 오를 수 있지만 미국의 이번 제재가 코스피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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