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저쪽 가서 악플 달자" 민주당 `좌표정치` 갈수록 극성
입력 2020-10-04 14:16  | 수정 2020-10-11 14:36

더불어민주당 극성 지지층이 이른바 당내 주류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겨냥, 이른바 '좌표'를 찍고 몰려가 악플을 다는 행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마저 '좌표정치'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팬보다는 훌리건에 가까운 극성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의 '묵인'
최근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일부 소속 의원들의 '좌표 찍기'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현안 문제를 두고 싸우다가 터진 실수와 달리 '좌표 찍기'는 개별 의원들의 갈등"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속내는 묵인을 넘어 좌표찍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열성 지지 당원들이 당내 다양한 여론 형성에 저해가 되고 있다는 질문에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승리 직후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과 비방 댓글을 두고 "우리의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훌리건과 팬은 다르다. 스포츠계에선 상대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하고 불도 지르는 훌리건에 대해 부끄러운 행동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스포츠계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인데 민주주의나 인권을 얘기했던 사람이라면 함께 싸우고 분노해야 할 일이지 양념이고 에너지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중을 동원하는 것은 흔히 전체주의 국가에서 나타난다는 비판이 있는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역 의원들도 '좌표찍기' 합류
초기에는 극성 지지층의 행태에 민주당 의원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당내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본인도 좌표찍기에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적극 활용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재정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인용했다며 한 언론사 기자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성 지지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기자를 직접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이 같은 좌표정치가 민주당에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 관련 기사를 쓴 기자의 실명을 태그하면서 '제목장사'라고 비판해 지지층들의 공격을 유도했다. 이해식 의원도 기자의 실명은 가렸지만 공개적으로 기사를 저격했다. 좌표는 일반 시민에게도 찍혔다. 황희 의원은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범죄자 취급을 하며 좌표를 찍어 논란이 일었다. 뒤늦게 황 의원은 공식 사과를 하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지만 이미 당직사병은 심각한 인신공격에 시달린 후다.

'좌표정치'가 먹히는 이유
민주당식 좌표정치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권에 강성 지지층들의 이런 행동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걸 알면서도 선거나 공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힘은 이번 전당대회 때도 확인됐다"고 했다. 전당대회 때 친문에 '찍힌' 후보는 고배를 면치 못했다.
최영일 시사 평론가는 정치 양극화로 극성 지지층에게만 어필하려는 성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지지층에 메시지를 던져서 세를 결집시키는 게 정치라는 원시적인 사고방식으로 돌아가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며 의원들이 너무 많아져 개인기를 보여줘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논란이 되더라도 대중들의 주목을 계속 붙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졌고 그게 트럼프의 SNS처럼 현실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걸 체득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언론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미디어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주지 못하니까 대중이 의심하는 것"이라며 "선호하는 정치인을 신뢰하는 성향이 커졌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들의 일방적 주장이) 유튜브와 다를 바 없는데 지지자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확증 편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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