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민주당의 강성친문은 정말 `상식적인 분들`일까?
입력 2020-10-03 08:06  | 수정 2020-10-10 08:36
지난 8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염태영(왼쪽부터), 신동근, 양향자, 김종민, 노웅래 신임 최고위원이 꽃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민주당>

지난달 23일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민주당의 열성지지층이 당내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 데 저해 요인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자는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 인사들이 열성지지층에게 집단 문자 폭탄 등의 공격에 시달렸다며 이같은 현상이 비단 이번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질문자는 '열성지지층'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토론회를 중계한 KBS는 "'문재인 지지자' 집단행동 어떻게 보나?"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으로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민주당>

민주당 지도부 "강성지지자들이 전당대회 좌우? 사실 아냐"

이낙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우려하시는 것과 달리 8월 29일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놀라운 것이 있다. 흔히 강성지지자들이 많이 포진돼 계신다는 분야가 권리당원인데, 각 후보의 권리당원 지지율과 국민여론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강성지지자라고 해서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
8·29 전당대회 결과가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 강성지지층 생각이 일반 국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반박한 셈인데, 이런 주장을 이낙연 대표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대표를 비롯해 현 민주당 지도부을 선출한 8·29 전당대회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 안팎에선 '친문 전대(친문재인 전당대회)'라는 평가가 나왔다. 입김이 강력한 친문 권리당원 표심을 잡기 위해 일부 후보자들은 당시 수해 복구 현장을 찾은 김정숙 여사의 패션을 찬양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주인을 무는 개'에 비유했을 정도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 같은 언론의 평가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지난달 1일 페이스북에 썼다.
"일부 언론들에서 전당대회 결과를 당주인이 '열성친문'이라는 것을 확인한 선거였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동근 후보는 대의원 득표는 9.6%로 6위였지만 권리당원은 13.8%였고, 국민여론조사는 16.68%로 2위였다. 타후보도 비슷하게 대의원 득표보다는 권리당원 득표율이 국민여론조사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권리당원 득표율이 국민 여론조사와 비슷한 것을 보면 "전당대회 결과가 국민여론과 다르게 일부 강성지지자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사실왜곡"이라는 반박이다.


야당 지지자는 쏙 뺀 국민여론조사의 한계 지적도

그러나 실제 민주당 전당대회의 국민여론조사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대표와 신 최고위원의 주장은 사실과 배치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당대회 국민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만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시행세칙 제26조는 "국민여론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지지정당 없음' 응답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지지층은 여론조사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1000명의 목표 표본을 완성하면 여론조사가 종료되는 일종의 '선착순' 방식이라 민주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는 무당층의 응답보단 민주당 지지층의 응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명목은 국민여론조사지만, 결과는 사실상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에 가깝게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자신이 뽑힌 전당대회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당대회 여론조사가 이러한 방식으로 정해진 이유는 민주당 반대세력 지지자들에 의한 여론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모든 당이 자신들 이외의 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제외시킨다. 타당 지지자들이 우리 지지자와는 반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후보를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목적상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출마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유사하다는 걸 근거로 강성지지층과 보통 국민들의 눈높이가 비슷하다고 하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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