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400년을 이어온 종가의 추석 차례상마저 바꿔놨습니다.
오늘(1일)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원주변씨 간재종택의 차례상에서는 먹음직스러운 갖가지 전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높게 쌓아 올리던 과일과 고기도 올해는 한두 개로 구색만 맞췄습니다.
해마다 서울, 대구 등 각지에서 몰려온 100여 명의 후손으로 왁자지껄 붐비던 종택은 인근에 사는 10여 명의 친지만 모인 채 차분한 추석을 맞았습니다.
11대 종손 61살 변성렬 씨는 "2주 전 문중 회의를 거쳐 서울 등 외지의 후손은 추석 차례에 참석 안 해도 된다는 것을 결정했다"며 "후손들에게 오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다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후손들의 건강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다"며 "차례를 안 할 수는 없어 인근에 사는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종택 사당에서 열린 차례에는 12명만이 함께했습니다.
참석한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고 절을 할 때도 1m 이상 거리 두기를 했으며 사당 내부는 술잔을 올리기 위해 3명만 들어갔습니다.
종가에서는 성묘도 간략히 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성묘를 다니는 데만 이틀이 걸리고 음식 준비가 예삿일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추석 전 술·과일·포만 챙겨서 벌초를 겸해 묘를 찾아뵈었습니다.
종부 57살 주영숙 씨는 "작년에는 동그랑땡만 500개를 준비했는데 올해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떡도 5분의 1만 준비하다 보니 차례 준비일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찾아온 손님들이 음복하시느라 종일 바빴으나 올해는 손님이 없어 일은 3분의 1로 줄어든 것 같다"며 "너무 간소화하다 보니 명절 분위기가 덜 난다"며 바뀐 명절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종손 변씨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제관을 10분의 1로 줄이고 차례 음식도 줄였지만, 역사적으로도 역병이 돌 때는 제사를 안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마스크까지 끼고 차례를 지냈지만, 선조들도 다 이해하실 거다. 코로나19가 극복되고 좋은 날이 오면 또 후손끼리 모여서 선조를 잘 모실 겁니다"라며 코로나19의 빠른 종식도 바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