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법원의 시간'은 이어지고 있다.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부인 정경심씨와 5촌 조카, 동생도 모두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처지다. 5촌 조카와 동생에 대해서는 한 차례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인 정경심씨에 대한 1심 선고도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장관은 부정한 방법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얻은 혐의와 자녀 입시비리·장학금 부정수수 혐의,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며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을 무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서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심리하고 있으며, 세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 5월 1회 공판이 열리며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유 전 국장 감찰무마 혐의가 주로 다뤄졌다. 특감반원들은 유 전 국장 감찰을 시작한 이후 윗선으로부터 압박을 느꼈다고 공통적으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감찰무마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김태우 전 특감반원도 증인으로 출석해 "감찰무마 행위로 특감반의 감찰이라는 국가적 기능이 크게 훼손됐다. 고생해서 일해도 오히려 혼나는데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지는 알 수 없다. 조 전 장관 측은 "고위공직자 비리 업무 관련 감찰 착수와 진행, 종결에 관한 권한이 민정수석에 있어 법리적으로 범죄로 볼 수 없는 부분이 범죄로 구성돼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을 종료시킨 것은 민정수석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부당하게 감찰 종료를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특감반은 강제권이 없어 법령상 허용된 감찰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며 부인했다.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재판에서 다뤄지고 있다. 정씨에 대한 법원 판단을 통해 조 전 장관의 혐의의 유·무죄 여부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에서 양측은 조 전 장관 부부의 딸이 입시에 활용한 '동양대 표창장'의 위조 여부 등을 놓고 다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정씨의 사문서 위조 등 혐의 공판에서 오는 11월 5일 재판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도 연내 나올 전망이다.
조 전 장관 부부가 부정한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PE'에 투자했다는 혐의는 법원에서 한 차례 부정됐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기일에서 "무자본 M&A 등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려운 부정한 방법을 강구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는 일반주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정씨와 금융거래를 한 것 때문에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한 것이 이 범행의 주된 동기라는 시각이 있지만, 권력형 범행이라는 증거가 제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씨는 조국 전 장관의 공적 지위를 활용하는 대가로 배우자인 정 교수에게 고수익을 약정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의 동생에게는 채용비리 혐의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동생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일가에서 운영하던 사립학교 법인 '웅동학원'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며 뒷돈을 받고 교사 지원자에게 문제와 답안지 등을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웅동학원을 상대로 허위로 소송을 내 손해를 입힌 혐의와 공범을 도피시킨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뒷돈 전달책 역할을 했던 공범이 징역 1년 6월을 받은 데 비해 조씨가 더욱 낮은 형을 받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원의 시간'은 조 전 장관에겐 'SNS의 시간'이기도 했다. 법정에서는 조 전 장관과 정씨, 이들의 아들 조모씨까지 모두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오히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서 재판에 대한 의견을 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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