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토론위원회(CDP)가 대선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이 상대가 말하는 동안엔 끼어들기 못하도록 진행방식을 변경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9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난장판에 가까운 설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토론위원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어젯밤 토론 결과 앞으로 남은 토론은 좀 더 질서 있는 토론을 보장하기 위해 형식상 추가적인 체계가 더해져야 한다"며 "머지않아 조치들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 도중 번번이 끼어들며 방해하는 바람에 원만히 진행되지 못했고, 바이든 후보가 "입 좀 다무시지?" "이 광대와는 한마디도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고 쏘아붙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바이든 후보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중간에서 잘랐고, 두 후보가 동시에 설전을 벌여 말이 뒤엉키는 등 볼썽사나운 상황이 빈발했다.
토론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제지하며 "바이든이 발언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을 연발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90여분의 토론에서 두 후보가 진행자의 질문이나 상대 후보의 발언을 방해한 것은 1분에 한 번꼴인 93번이었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한 횟수는 71번으로 76%, 바이든 후보가 22번으로 24%를 차지했다. 4번 중 3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흐름을 깬 것이다.
미국 대선토론위원회가 토론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히자 바이든은 토론 참가 의사를 밝혔으나 트럼프는 반대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한 유세에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국가적 당혹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는 단지 대선토론위가 방해 없이 질문에 답변할 능력을 통제할 방법이 있기를 바란다"며 "2차, 3차 토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를 고대하고 있다"며 토론 참여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가 더 이상 나가고 싶지 않다고 들었지만 이건 그에게 달린 문제"라고 했다. 바이든 후보가 향후 토론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참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대선토론위의 토론방식 변경 발표에 대해 "경기 도중에 골 포스트를 옮기고 규칙을 변경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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