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스마트폰 못보게 했더니 물건 던지며 소리 질렀어요"
입력 2020-10-01 06:06  | 수정 2020-10-01 10:40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7월 경기도 초중고 학생 2만1064명 대상으로 실시간 설문결과. `코로나19 이후 거주하는 구성원과 다툼이 늘었다`는 학생 비율. [출처 = 경기도교육연구원]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생들의 미디어 중독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원격수업 이후 가족 구성원 간 다툼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8월26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경기·인천 교사, 관리자(교장·교감), 학부모, 학생 총 7178명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온라인 수업으로 사이버 중독이 심화했다'는 학부모 응답이 78.52%에 달했다. 학생 답변도 53.5%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의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마트 기기 '과의존'현상으로 번지는 것이다.
또한 자녀의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부모와 자녀가 충돌하면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다툼도 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학생·학부모·교사 5만596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거주하는 구성원과 다툼이 늘었다'는 학생 응답이 20%로 집계됐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응답이 25.2%로 가장 높았으며, 중학생(20%), 고등학생(16.6%)이 뒤를 이었다.
충남의 한 중학생 학부모 A씨는 "원격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스마트폰이랑 거의 붙어 지낸다"며 "아이가 스마트폰을 밤새도록 하고 오후 2~3시에 일어나길 반복하길래 스마트폰을 뺏었더니 아이가 물건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A씨는 "사춘기라 최대한 잔소리 하지 않으려고 내버려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부부 사이도 아이 때문에 갈등이 쌓여간다"고 했다.

청소년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들도 감염병 상황이 길어지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지난 1학기에 발간한 '코로나19 학부모용 자녀 심리 지원 가이드'에 따르면 자녀의 일상생활 리듬이 깨지게 된 경우 부모가 먼저 수면과 식사 관리, 예방수칙을 잘 지키기 등 일상생활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에게 건강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는 "부모님이 아이들의 건강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며 "부모님이 먼저 일상생활의 모범을 보여주실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엔 "무조건 못하게 하지 말고 자녀의 조절 능력과 자제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는 "스마트폰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나이에 맞게 참고 견디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며 "부모가 정해주는 넓은 울타리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각 가정에서 자녀들의 코로나 우울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 앞서 9월 23일 첫 강연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우리 아이 공부와 대인관계, 어떻게 하죠"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10월 7일 진행되는 두 번째 강연은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청소년 자해와 자살"을 주제로 한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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