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설계부터 잘못된 K-11 복합형 소총의 실패 책임을 개발업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95억원의 계약을 하고 1600억원을 물어내라는 억지를 쓰고 있는데다 먼저 납품한 총기의 납품 대금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어 명백한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S&T모티브 등에 따르면 K-11 복합소총의 설계와 국방규격 작성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맡았다. 방사청은 ADD가 제시한 설계와 국방규격을 군수조달 분과위에 상정해 승인했다. 사업지연의 책임을 따진 대법원은 잘못된 설계 및 국방규격, 그리고 이를 관리하지 못한 방사청 잘못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S&T모티브는 설계대로 무기를 만들어낸 것뿐이니 사업지연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K-11 양산 과정에 들어간 모든 돈을 물어내라고 S&T모티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특히 K-11 소송을 진행하며 K4 고속유탄기관총, K5 권총 등을 납품한 S&T모티브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발주처의 횡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25일 K-11 복합형 소총 계약 해제와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와 계약을 체결한 S&T모티브에 귀책사유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7월 방사청은 K-11 양산 체계업체인 S&T모티브에 구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지급된 착·중도금의 반환, 계약불이행에 따른 보증보험 청구, 납품이 완료된 K11 914정에 대한 물품대금 반환까지 S&T모티브에 1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방사청은 S&T 모티브가 K-11 상세설계 주관 계약을 맺었고 개발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체상금 및 착·중도금 등 환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S&T모티브는 이같은 방사청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K-11 연구개발 및 사업관리와 관련 방사청과 국과연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11월 K-11 제작을 담당한 업체들이 제기한 물품대금 관련 소송에서 "업체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연구개발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설계상 결함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이므로 지체상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업체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S&T모티브는 즉시 반박자료를 내고 감사원뿐 아니라 대법원도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해 100% 국가의 귀책으로 최종 판결한 바 있다며 소송 당시 업체의 귀책사유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T모티브에 따르면 K11 복합형소총은 정부 주도 사업으로 S&T모티브는 소총 분야, 이오시스템은 사격통제장치를 담당했다. K11 복합형소총 사업 전체 계약금은 약 695억원이다. 이 중 S&T모티브(소총)는 28%인 약 192억원을, 이오시스템(사격통제장치)은 72%인 약 503억원 상당이다. S&T모티브 관계자는 "방사청이 모든 정부사업의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부정당제재까지 가하려 한다"며 "우리나라 방위산업 역사상 극히 드문 사례이며 명백한 '갑질'"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입장자료를 통해 외부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내부 법률검토 등 절차를 거쳐 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대법원 판단은 S&T모티브의 귀책사유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시적인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또 착·중도금 환수는 국가계약법 등 규정에 따라 불가피한 사항이라며 방사청이 감사원 및 대법원의 판단을 부정하고 업체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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