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과 관련해 본격적인 제재에 나섰습니다.
공정위가 오늘(28일) 입법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은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등 대형 오픈마켓과 각종 제품·서비스 중개앱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가 강해지면서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 피해 발생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판단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사전통지 의무를 명시하고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비용이나 손해를 떠넘기거나 다른 플랫폼에 입점을 방해하는 등 갑질을 할 경우 손해액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존 법체계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한다"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이뤄지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 특성상 사적 자치와 연성 규범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공정거래법은 계약서에 어떤 유형이 포함돼야 하는지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고 대규모유통업법은 직매입을 기초로 법이 적용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도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관계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 행위를 들여다보고 제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체계의 온라인 플랫폼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제정안은 입점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서비스 거래를 알선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됩니다.
여러 입점업체가 제품을 올리면 소비자가 이 중 선택해 구입할 수 있는 오픈마켓, 앱마켓, 배달앱, 숙박앱, 승차 중개앱, 가격비교 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소셜미디어(SNS)도 광고주와 계약을 맺어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경우에는 법 적용 대상입니다.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해외에 주소나 영업소를 둔 플랫폼에도 법이 적용됩니다. 조 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사용하고 우리나라 입점업체가 존재한다면 외국에 있는 사업자도 규율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앱마켓을 운영하는 구글 등 해외 플랫폼도 법을 적용받게 됩니다.
다만 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서비스를 사들여 판매하거나 결제만을 알선하는 플랫폼은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처럼 플랫폼이 영상을 사서 소비자에 공급하면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 오픈마켓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배달·숙박앱은 작은 점 등을 고려해 업태별로 적용 대상 기준을 차별화하는 내용도 시행령에 담을 계획입니다. 이 경우 매출액 기준이 작더라도 시장규모 자체가 작아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런 기준에 따라 "주요 사업자 중 오픈마켓은 8개 이상, 숙박앱은 2개 이상, 배달앱은 최소 4개가 법 적용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과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이 법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정위는 시행령에서 정한 규모 이하의 플랫폼 사업자도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하면 기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조 위원장 취임 후 ICT(정보통신기술) 특별 전담팀을 만드는 등 디지털 공정경제 관련 정책 마련과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서왔습니다.
특히 거대 플랫폼에 대한 '경고'는 네이버 부동산 제재를 통해 이미 신호탄을 쏜 상태입니다.
공정위는 이달 초 네이버가 계약한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카카오와 제휴해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1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까지 입법예고하면서 공정위가 거대 플랫폼을 제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로 신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조 위원장은 "신산업인 플랫폼 분야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