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습니다. 죽을 생각만 했지 건물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20대 A씨는 지난해 3월 새벽 강원 동해안에 있는 한 펜션 객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바닥에 둔 도구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불은 금세 객실 바닥 장판에 옮겨붙었습니다. 곧장 물을 부어 불을 껐으나 A씨는 이 일로 방화미수범이 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법정에 선 A씨는 우울증을 앓아 우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을 뿐 펜션 건물에 불을 지르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불을 붙일 당시 그 불이 객실에 있는 이불과 장판 등에 옮겨붙어 펜션 건물을 불태울 수도 있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불을 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한 번 재판부의 판단을 요구한 A씨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불을 끄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했고,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만 공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실현되지 않아 아쉽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A씨의 변호인도 "피고인이 현재 성실하게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무런 용기도 이용하지 않고 객실 바닥 위에 수건만을 깐 뒤 극단적 선택 도구를 놓고 불을 붙인 점과 화재 발생 이후 급히 진화한 점을 들어 방화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울성 장애와 불안 장애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르렀고, 스스로 불을 끄고 피해 보상도 이루어졌으나 형을 달리할 사정이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