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등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베트남에서 검거된 것을 두고 시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무고한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운영자가 체포돼 다행"이라는 반응과 "그동안 성범죄자들은 이렇게 재깍재깍 안 잡고 뭐 했느냐"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앞서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 22일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전날 오후 6시(현지 시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A씨를 검거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는 A씨가 해외 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한 수사 관서가 지난달 31일 경찰청 외사수사과에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 지 약 20일 만이다. A 씨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개설 ·운영하며 성범죄자와 디지털 성범죄·살인·아동학대 피의자 등의 신상정보 등을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A 씨의 검거 소식에 일부 시민은 "이제라도 잡혔으니 됐다"라는 반응이다.
김정훈 씨(가명·22)는 성범죄자로 지목돼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오르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려대 재학생 B(21)씨, N번방 가해자라는 누명을 받아 사이트에 이름이 공개됐던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더 이상의 억울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렇게 적극적인 수사와 검거를 할 수 있는 줄 몰랐다. 그동안 성범죄자들은 안 잡은 게 아니라 못 잡은 거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보경 씨(가명·24)는 "디지털교도소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건 아니다. 다만,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도 친척이 'N번방'과 비슷한 피해를 겪었는데 제대로 된 수사·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사이트를 시작했다고 인터뷰한 것을 봤다"고 했다. 이어 "'소라넷'이 폐쇄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고, 그마저도 관련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웰컴투비디오', 'N번방' 등의 후속 사이트로 진화해온 걸 본 입장에서 조금은 허무하다"고 했다.
최 씨의 말대로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사이트와 SNS 계정 개설 2개월만인 지난 5월에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8월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해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고, 사이트 개설 6개월만에 피의자를 체포했다.
반면, 지난 1999년 '소라의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2003년 확대·개편을 거쳐 국내 최대 불법 촬영물 유통 사이트가 된 소라넷 운영진 검거를 위한 경찰 수사는 2015년 3월에야 시작됐다. 이후 2016년 3월 경찰은 소라넷 운영진 6명을 특정해 국내에 거주하는 운영자 2명을 검거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소라넷 서버가 위치한 유럽 국가와 국제공조수사를 확대 추진해 핵심서버를 폐쇄했다. 사이트 개설부터 운영진 검거까지 약 13년이 걸린 셈이다.
한편, 디지털교도소와 관련해 경찰은 2기 운영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디지털교도소 2기 운영진을 승계적 공범으로 보고 내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체포한 1기 운영자를 송환하면 2기 운영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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