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조만간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스가 총리 취임 축하 서한을 주고받은 만큼 한일 정상 간 전화 통화는 자연스러운 절차다. 관심사는 두 정상이 첫 통화에서 어떤 얘기를 나눌지다. 일단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 취임 축사 서신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밝혔고 스가 총리는 답신에서 한국을 '중요한 이웃'이라고 화답했다. 립 서비스에 가까운 외교적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양국 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 통화에서 일제 강제동원 배상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같이 민감한 현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체적 사안을 언급하지 않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원칙에 공감하는 정도의 내용이 될 것이다. 일본 내에서 가장 관심이 큰 사안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송환 문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년 전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에 중재해 줄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스가 총리도 같은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을 고리로 양국 관계 정상화의 단초를 찾을 수도 있으나 실질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일의 보건 협력 방안 등이 거론될 수도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 등 무거운 주제는 가급적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스가 총리가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언급하며 냉냉한 양국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첫 통화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긍정적인 외교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안에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국내 정치에 이용될 수는 있어도 두 나라 모두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일 정상의 첫 통화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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