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취준생)들 사이에서 국민은행의 채용 공고가 화두에 올랐다. '서류-필기-면접'으로 이어지는 채용 절차 중 첫 관문인 서류 전형에서 사전과제 제출과 온라인 교육 이수 등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22일 올라온 2020년 국민은행 신입 행원 채용 공고는 게재되자마자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할 개인 금융 및 기업금융을 담당할 신입 행원을 뽑는 것으로, 지원서 접수 이후 서류-필기-1·2차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 선발로 이어지는 과정 중 서류 전형이 취준생들의 반발을 샀다.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들은 개인별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와 함께 '디지털 사전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사전과제는 3~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작성으로, 'KB스타뱅킹·리브·KB마이머니 중 국민은행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보다 더 중요하게 논의가 필요한 서비스 1개를 선정해 그 이유와 현황, 강·약점과 개선방안 등을 논하라'는 것이 주제다. 여기에 ▲자사 앱과 경쟁사의 유사 서비스 앱을 직접 사용하고 비교해볼 것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앱 스토어 리뷰 참고 ▲언론 기사 검색 등을 활용할 것 이라는 세 가지 추가 조건이 제시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보고서 내용은 1차 면접 PT 전형에서 활용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원서 접수 후에는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 교육과정은 비즈니스 영역(IT 비즈니스와 윤리·프로젝트 관리와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 19시간과 기술 영역(데이터 이해와 활용) 5시간으로 구성돼 총 교육 시간만 24시간에 달한다. 국민은행 측은 채용공고에서 연수 내용을 바탕으로 1차 면접 시 실질적 디지털 역량을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응시자들은 A.I. 역량 검사도 치러야 한다.
즉, 지원자들은 '서류 전형'에서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디지털 사전 과제 작성뿐만 아니라 24시간가량의 온라인 디지털 교육, A.I. 역량 검사 등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도 서류 전형 통과를 장담할 수 없으며, 낙방 시에는 필기시험 응시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취준생들은 이 같은 채용 과정을 보고 "과도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 모씨(26)는 "사전과제에 온라인교육까지 다 이수해도 필기시험을 못 볼 수 있다는 것 아니냐. 너무한 처사"라고 했다.
은행 준비 3년 차라는 이 모씨(27)는 "IT 직군이 따로 있는데 일반 행원 뽑으면서 이 정도를 요구할 줄 몰랐다"면서도 "취준생은 '을'의 입장이니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국민은행 측은 채용 공고와 관련해 논란이 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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