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염증성 장질환 신약 적정 투약시기 국내 첫 제시
입력 2020-09-23 12:59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곽민섭교수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내과적 약물치료로는 완치할 수 없는 대표적 난치병으로, 질병 정복을 위한 다양한 치료약제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물학적 제제'다. 이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신약으로 조기 치료시 효과가 좋지만 보험적용, 임상경과 등 다양한 조건으로 인해 투약시기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곽민섭·차재명 교수 연구팀은 8년간 크론병 환자 치료효과 분석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 제제의 적정 투약 시기를 새롭게 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염증성장질환은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질병코드: K50 크론병, K51 궤양성대장염 단순합산)는 2015년 5만 3,274명에서 2019년 7만 814명으로 최근 5년사이 32%나 급증했다. 식생활 서구화가 가장 주요한 증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대부분 젊은 시절에 발병해서 평생을 치료해야 하는 난치병으로 조기 진단과 더불어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과거 염증성장질환의 기본 사용약제는 5-ASA로, 5-ASA만으로 효과가 부족하거나 증상이 중등도 이상이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시 부작용이 많아 급성기 단기치료를 목표로 사용됐다. 최근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이용해 생성시킨 물질을 함유한 의약품이다.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 질병의 경과를 호전시키고 염증성장질환으로 인한 수술도 줄일 수 있다. 현재는 기존 약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도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가 잘 되지만, 치료 시작이 지연될수록 효과가 감소하는 특징을 가진다. 치료를 늦게 시작할수록 섬유화나 협착과 같은 비가역적인 변화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제제 또한 가능하면 조기에 투약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보험규정이 까다로워 모든 환자에게 조기 투약을 권장하기 어렵고, 조기 투약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았다. 서양에서 시행된 일부 연구에서 진단 후 2년 이내에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하는 것을 조기 치료라고 정의하지만, 환자마다 중증도와 경과가 달라서 일률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강동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 연구팀(곽민섭·차재명 교수)은 염증성장질환의 '임상경과가 2번째 악화되기 전에 투약'이라는 생물학적 제제의 조기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 자료를 분석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크론병으로 진단받은 2173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임상적 2번째 악화되기 전에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하였던 환자들이 3번째 악화 이후에 투약했던 환자들에 비해 수술율과 응급실을 경유한 입원율이 유의하게 더 낮았다.
차재명 교수는 "과거 서양의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생물학적 제제의 조기 치료를 일률적으로 '2년 이내에 투약'하는 것으로 정의를 해 왔지만, 환자마다 임상 경과가 매우 다양해서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임상 경과가 2번째 악화되기 전에 투약'이라는 새로운 치료 방침을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염증성장질환의 적정 투약 시기를 제시한 첫 번째 연구라는데 의미가 있으며,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잡지인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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