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배자 코 앞에서 놓친 경찰…"남의 신원으로 조회하고 풀어줘"
입력 2020-09-22 14:57  | 수정 2020-09-29 15:04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로 붙잡힌 수배범이 경찰에게 엉뚱한 인적사항을 둘러대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신원 확인 절차를 꼼꼼히 하지 않아 수배범을 붙잡고도 놓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22일) 충남 서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3시께 서산 호수공원 인근 한 골목에서 운전하던 25살 A씨는 마주 오던 26살 B씨와 서로 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습니다.

술에 취한 A씨는 차에서 내려 B씨를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주차된 차량까지 일부 파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씨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소속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한 뒤 신원 조회를 했지만, A씨는 "신분증이 없다"고 말하며 지인의 인적사항을 적어냈습니다.

경찰은 추가 확인 절차 없이 엉뚱한 사람 주민등록번호로 신원 조회를 마친 뒤 A씨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교통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아 수배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A씨가 경찰을 속였다는 사실을 수소문 끝에 확인해 사건 담당자에게 알려줬다"며 "경찰은 우리가 말해줄 때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도주한 A씨가 행적을 감춰버려 붙잡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폭행을 당하고 차량이 찌그러졌지만, 보상도 못 받게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피해자는 '수배자를 풀어준 서산경찰서 답변을 받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청원 글에는 오늘(2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520명이 동의했습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경찰은 A씨를 폭행 등 피의자로 뒤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조회 과정에서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A씨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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