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중인 페이스북을 상대로 다시 상고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2016년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변경해 속도를 지연시킨 건과 관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3억9600만원)을 부과했고, 페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이번에 방통위가 다시 상고하면서 최종결론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이용자 피해 소명 및 법리 오해 등의 문제가 있어 새로운 시각에서 적극 대응하고자 새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원고 승소판결한 서울고법 행정 10부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은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는 해당되지만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1일 설명자료를 내고 "(재판부가)국내 통신 환경과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국의 기준으로 현저성의 유무를 판단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상고심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현저성'의 기준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당시 피해를 입은 국내 이용자의 민원 제기 내용과 응답 속도 등 피해사례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2심 재판부가 문제삼은 소급효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로 처분한 것으로, 시행령 시행 이후에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이미 확립된 부진정 소급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고심에서도 적극 대응하여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페이스북 같은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통신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의무가 있느냐'다. 2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CP에게 서비스 품질 관련 법적 규제를 넓히면 정보제공행위 역시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CP에게 인터넷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사(ISP)들은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CP도 서비스 품질과 이용자 피해방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이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의 접속경로를 해외로 변경하면서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평균 4.5배, LG유플러스는 2.4배까지 페이스북 속도가 느려졌고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최근 2심 재판부 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2월 10일 시행되는 이 개정안은 '국내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고 '국내 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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