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갭투자 몰린 강남…전세대출도 싹쓸이
입력 2020-09-21 17:29  | 수정 2020-09-21 19:24
전세자금대출 보증 규모가 올 들어 빠르게 증가하며 113조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보증기관 보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증 잔액은 곧 전세대출 잔액으로 볼 수 있다. 특히 SGI서울보증보험은 서울 지역 전체 보증 10건 중 3건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서울보증보험에서 받은 전세자금대출 보증 실적 추이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두 기관 전세대출 보증 잔액은 113조674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달(85조5468억원)보다 32.2% 증가한 규모다.
최근 들어 전세대출 보증 잔액 증가 속도는 가팔랐다. 전년 대비 보증 잔액 증가율은 2016년 17.4%, 2017년 19.6%였다. 하지만 2018년 31.8%로 치솟은 이후 2019년 29.3%로 30% 안팎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올 7월 보증 잔액 증가율은 18.9%로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3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공공기관인 주금공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 등 3곳 보증이 필요하다. 이 중 주금공이 전체 보증 중 약 50~60%, 나머지를 HUG와 서울보증보험이 나눠 갖고 있다.

최근 2~3년간 전세대출 보증 규모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강력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전세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세대출을 끌어다가 주택을 사는 '갭투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9억원 초과 아파트 구매 시 대출 회수 등 갭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를 여럿 냈으나 이미 3040세대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대출 보증 잔액은 올 7월 기준 전년 말 대비 18.89% 늘어났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3억원 초과 주택 구매 시 전세대출 회수 등 본격적인 갭투자 규제가 시작된 7월 이전에 주택담보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전세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구입 자금은 물론 생활자금, 주식 등으로도 전세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금이 오른 것도 전세대출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9% 올라 64주 연속 올랐다. 집주인들은 조금이라도 월세를 받는 '반전세'를 선호하는 반면 임차인들이 전세를 찾는 추세도 전세금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서울 지역 보증 잔액 상당수는 강남 3구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금공은 올 7월 기준 강남 3구 보증 건수가 5만6998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보증 건수(39만2841건) 중 14.5%를 차지했다. 보증 잔액은 4조9425억원으로 서울 지역 보증 잔액(27조5590억원) 중 17.9%에 달한다.
주택 가격과 보증금 제한이 없는 서울보증보험은 서울 지역 보증 10건 중 3건이 강남 3구였다. 보증 잔액으로 따지면 6조5781억원으로 서울 지역에서 34.4%를 차지한다.
강남 3구에는 재건축을 앞둔 주택이 많아 전세 세입자가 많다. 교육을 목적으로 강남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적 보증이 들어가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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