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은 총선 뒤 강남 아파트 2채 중 1채를 매각하는 대신 차남에게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의 전세금을 4억원 올려받아 공분을 샀다.
똘똘한 강남 아파트는 팔지않고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 걸까. 8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증여는 2768건으로 전체 거래의 22.5%를 차지했다. 특히 강남구(43.9%), 서초구(42.5%), 송파구(45.1%)등 강남권은 40%를 훌쩍 넘어 거래의 절반에 육박했다.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관련 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를 피하기위한 '막판 증여'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도세는 지금은 보유 기간 1년 미만은 40%, 1년 이상이면 기본세율(6~42%)로 물리지만, 내년 6월1일 이후에는 1년 미만은 70%, 1년 이상은 6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또한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 20%포인트를, 3주택은 30%포인트를 중과한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도 내년 6월부터 3.2%에서 6.0%로 인상된다.그러다보니 다주택자들이 급증한 양도세나 종부세를 내느니 자식에게 물려주는게 절세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2013년 9월 330건이었던 집합건물(아파트·연립 등) 증여건수가 2020년 7월 6456건으로 19.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강남3구 증여건수(4243건)는 다른 22개구(2213건)의 2배나 됐다.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회피하기위해 증여를 선택하는 빈도가 늘자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증여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고 12%로 인상했다. 지난 8월 12일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 해당 주택이 조정대상지역내 3억원 이상일 경우 취득세율이 12% 적용된다. 단 1가구 1주택자가 해당주택을 증여할 경우 현행대로 3.5%를 적용한다. 증여 취득세율 인상으로 증여 급증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제동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2018년 2030이 증여받은 주택과 빌딩 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조사도 나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세대별 부동산 수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2030세대가 물려받은 주택과 빌딩 등 건물 건수는 1만4602건에 이르고, 증여액수는 3조1596억원에 달했다. 특히 2018년의 경우 2017년에 비해 증여건수는 48.2%, 증여금액은 67.1% 증가해 다른 해보다 상승폭이 컸다.
결국 부동산 세금 폭탄 정책이 증여 폭증이라는 풍선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같은 부동산 대물림 가속화는 집값 때문에 '패닉바잉(공포 매수)'에 나서는 젊은층들에게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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