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시세를 미리 예측해 움직이는 파생상품 시장의 투자자들은 미국 대선 리스크가 오는 1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증시가 연말까지 대선 이슈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고객에 보낸 투자 보고서를 인용해 선물·옵션 파생상품 시장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박빙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는 오는 11월 3일 열린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옵션 시장은 선거인단 선거 바로 다음 날인 11월 4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2.8% 출렁일 것이라고 보고있다. 선물 시장에서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11월 계약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월 계약(가격)을 뛰어넘었다. 선물은 통상 한달 단위로 만기가 구분되는데 만기가 서로 다른 선물 간 가격 차이를 스프레드(spread)라고 한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전략가는 "이런 역전 현상은 오는 12월 18일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VIX는 뉴욕증시 대표 주가 지수인 '대형주 중심' S&P 500지수에 기초한 옵션 가격을 토대로 앞으로 30일 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수치화한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오는 12월 18일까지 대선 리스크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투표 산정 지연'과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미국 대선 시스템이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 방식을 섞어놓은 듯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다.
미국 대선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11월 3일만이 아니다. '세이프하버'인 12월 8일과 실제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4일도 중요하다. 미국 유권자들은 11월 선거에서 원하는 대통령 후보를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뽑는다. 대통령 선거인단이란, 특정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한 각 주 대표 선거인(Elector)들을 말한다.
오는 12월 8일은 '세이프하버' 데드라인이다. 세이프하버란 각 주마다 대표 선거인들이 선거인단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지지 후보에 대한 이견을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대선에서는 세이프하버 엿새 후인 12월 14일에 실제 대선 투표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견이 정리되지 않는 경우 발생할 갈등과 혼란이다. 미국에서는 대표 선거인들이 일단 각 주 차원에서 투표를 하면 이 때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원칙에 따라 해당 주 대표 선거인들 득표 수 전부를 가지게 된다. 이런 방식 때문에 일반 유권자 지지를 더 많이 받은 후보가 정작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서 패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미국 역사상 다섯 번 이런 일이 일어났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에 패했던 2000년 11월 7일 대선을 들 수 있다.
공화당은 세이프하버 데드라인을 다음 해 1월로 연장하자는 법안을 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일부 주가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사태를 이유로 '우편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불만을 표하며 선거 결과 불복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18일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스무센의 '대통령 일일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53%를 기록해 절반을 넘었다. 앞서 16일 같은 업체 '주간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해당 주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7%을 기록해 오차범위 내에서 바이든 후보(46%)를 처음으로 앞섰다. 라스무센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예측했던 극소수 조사업체 중 하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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