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도, 백신업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의료계에서도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방역당국과 백신업계, 의료계는 모두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논의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의료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 생산량은 약 3천만 명 분량입니다. 이 중 1천900만 명 분량이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 접종에 쓰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독감백신 생산량을 늘려 전 국민에 무료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역당국과 백신업계, 의료계에서는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소관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원안대로 의결하는 대신 독감백신 관련 논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과 관련해 여야 합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과 관련한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타당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미 백신업계는 올가을, 겨울을 위한 독감 백신 생산을 이미 끝냈습니다. 독감 백신은 유정란 방식으로 생산할 때는 약 6개월, 세포배양 방식으로 제조할 때 약 3∼4개월 가량 소요됩니다. 지금 당장 추가 생산을 시작해도 적기에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독감의 전파력과 치료제가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논의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달리 독감은 '타미플루' 등 치료제가 나와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1천100만 명 분량의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고 있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독감백신 생산이 끝났을 뿐만 아니라 독감의 기초 재생산지수(RO) 1∼1.5로 봤을 때도 지금 마련된 독감백신 물량(3천만 도즈) 이상을 확보해 전 국민에 접종했을 때의 의미가 크지 않다"며 "독감은 치료제가 없는 질병도 아니므로 100% 접종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재생산지수(전파력)는 보통 감염병 환자 1명이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감염력을 추정하는 개념으로 수치가 1이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는 의미로, 높을수록 감염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 교수는 "현재 확보된 물량만으로도 대규모 유행은 막을 수 있다"며 "추가 생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해외에서 독감 백신을 들여온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