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개미들의 `투트랙 전략`…국내선 우량株·해외선 급등株 쇼핑
입력 2020-09-17 17:56  | 수정 2020-09-17 19:38
◆ 개미 주식에 100조 베팅 ◆
올해 3월 1400선이 위협받던 코스피를 2400선 근방까지 끌어올린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힘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3월엔 저가 우량주 매수, 그 이후엔 성장주 매수로 대응하면서 증시 레벨을 한 차례 올렸다. 당초 하반기 증시에 한 차례 조정을 불러올 것이란 '공매도 금지 해제'마저 내년으로 늦춰진 지금, 연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을 제외하곤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상승에 한몫했던 레버리지 투자는 이미 금액이 더 늘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 향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개인의 올해 신규 주식 자금 100조원 중 10~20%는 대출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이 쉽지 않다는 것은 증시 매수 기반 약화를 의미한다. 이미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일시 중단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로서는 큰 수익원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 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신용공여를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증권사를 통한 신용융자는 17일 기준 17조7589억원으로 작년 9조5000억원 수준에서 8조2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증권사 신용공여를 통하지 않는 일반 마이너스대출이나 신용대출 중 상당 부분도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증권사 신용공여 금리는 연 5~10%이지만 신용대출은 최저 2%대 금리도 가능해 신용도가 높은 개인투자자라면 은행 신용대출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 기타대출(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251조3000억원으로 올해 1월에 비해 17조원 이상 늘어났다. 신용융자와 은행권 대출을 합하면 25조원 수준이지만 은행 대출은 부동산, 생활자금으로도 활용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100조원의 개인 주식 신규 자금 가운데 '빚투' 비중이 10~20% 수준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수급 영향력이 높은 상황에서는 주가가 펀더멘털보다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인위적인 쏠림이 나타나면 그 결말이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도 나오는 것"이라며 "지난 시장을 돌아보면 주가 상승에 뚜렷한 이유가 없었듯이 하락에도 뚜렷한 이유가 없을 때가 많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레버리지 투자가 리스크가 되는 경우는 금리가 인상되거나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인데, 지금 같은 저금리 환경에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전망도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해 원금을 갚지 못할 상황이 되면 신용융자로 인해 리스크가 증폭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당장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또 연초 대비 금리가 많이 낮아진 만큼 신용융자가 늘어난 것은 필연적인 현상으로, 신용융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과열됐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년에 비해 급증한 해외 투자가 고변동성 위주의 종목 투자로 이뤄지다 보니 개별 종목 이슈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흔들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 직구족이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로 21억9774만달러(약 2조7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그 뒤를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이 이었다. 순매수 7위는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 9위는 홍콩 반도체회사 SMIC, 10위는 수소차 기업 니콜라였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를 살펴보면 1위가 삼성전자였고 그외 SK하이닉스, 현대차, 한국전력, SK, 신한지주 등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대형 배당주가 포진했다. 이와 비교하면 해외 직구족은 밸류에이션이 높거나 신규 상장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이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해외 투자의 경우 기업 분석과 가치 평가가 어려워 외국인들은 해당 국가 지수 전체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투자자들은 스토리나 트렌드에 비중을 둔 투자를 하다 보니 변동성이 큰 종목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개인투자자가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 때 보다 변동성이나 위험성이 큰 주식을 순매도하는 경우는 투자 연령과 관계 있다"며 "아무래도 투자 경험이 많은 40대 이상은 수익률보다는 절대수익금액이 중요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신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중시하다 보니 미국 기술주를 많이 매수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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