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나무] 할머니의 긴 하루
입력 2009-05-08 13:47  | 수정 2009-05-08 19:01
【 앵커멘트 】
오늘은 어버이날인데요.
오늘 '소나무' 시간에는 부모님이 가출해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두 아이 얘기를 들려 드립니다.
조손 가정을 혼자 몸으로 이끄는 '할머니의 긴 하루', 황주윤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기자 】
문복덕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가 가출해, 일흔이 다 된 나이에 혼자서 손자 둘을 키웁니다.

민서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 줄곧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엄마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작년까지 열성 경련으로 입원했다 지금은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현서를 유치원에 보낸 뒤 온종일 박스와 폐지를 주워 할머니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작 월 15만 원.


할머니는 이미 허리와 관절이 위험한 상태지만 생계비 걱정에 하루라도 쉴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문복덕 / 68세
- "유치원 갔다 오면 할머니 먹을 거 없어? 먹을 거 없어? 그래. 할머니가 많이 벌어서 너 먹고 싶은 거 실컷 사줄게. 그러면 또 삐질삐질. 큰 애가 눈물이 헤퍼."

민서 어머니는 민서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나갔고 아버지도 작년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긴 채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홀로 두 어린 손자를 돌봐야 하는 할머니.

여기에 아들이 남긴 빚까지 떠맡아 살길이 막막하지만, 무엇보다 할머니를 힘들게 하는 것은 부모 없이 자란 민서와 현서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는 점입니다.

▶ 인터뷰 : 문복덕 / 68세
- "옷 다 낡아서 떨어질 때, 그럴 때가 힘들고. 먹는 것도 자기들 먹고 싶다는 거 못해준 게 그것도 좀 걸리고. 그래서 과자도 이거 사주고 저거 사주고 하드 사주세요. 할머니 돈도 못 벌었는데? 그러면 내일 사주세요. 우리 현서가…. "

어버이날을 맞아 이들에게 여러분이 부모 대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는 건 어떨까요.

소외계층에 손을 내미는 이웃들의 따뜻한 시선을 그린 '소중한 나눔 무한 행복', 오늘은 조손 가정의 두 어린이, 민서와 현서를 만나보시겠습니다.

mbn뉴스 황주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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