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분야가 포함된 전지사업본부 분사를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에는 환호했던 투자자들이 전지사업본부 분사 방안 확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악재로 받아들였습니다. 같은 소식이 2주 사이 두 차례 나왔는데, 주가 흐름은 반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오늘(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날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확정합니다.
전일 장 막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LG화학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직전 거래일 대비 5.37% 내린 68만700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전지사업본부를 분할한 신설회사의 주식이 기존 LG화학 주주들에게 돌아가지 않으며 LG화학이 신설회사를 상장시켜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 내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 소식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배경은 시장이 분할 이후 전지 부문의 상장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물적 분할 이후 기존 주주들은 LG화학을 통해 신설회사(LG전지)를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3일에는 주가가 2일 종가 대비 3.50% 오른 76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당시에도 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이 거론됐지만, 오히려 LG화학이 이차전지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지위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투자자들에게 힘을 발휘했습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이 ▲대규모 자금 확보를 통한 성장성 강화 ▲사업적 시너지가 큰 파트너 확보 등을 목적으로 분사를 추진한다면 물적분할 방식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용 2차전지 산업은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산업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3조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기차 산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2차전지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완성차업체(자동차 OEM)들은 2차전지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재무적 투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조인트벤처(JV)를 통한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LG화학의 가치에서 전지사업본부의 가치를 배제하는 식의 분사 이슈 대응은 너무 이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상원 연구원은 "물적 분할에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며 IPO는 그 이후에나 진행 가능할 전망"이라며 "해당 기간동안 주식 시장에서 LG그룹의 전지사업에 대한 가치는 LG화학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IPO를 추진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전지사업본부의 분사와 IPO를 계기로 저평가된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 가치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상원 연구원은 "LG화학보다 이차전지 생산능력이 작은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은 78조원인 반면 LG화학의 시가총액은 48조원에 불과하다"며 "이중 전지사업본부의 가치는 38조원 내외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
황유식 연구원도 "LG화학은 소형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타전지 부문도 추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분사 후 배터리 사업은 CATL과 비교를 통해 (현재) LG화학의 전체 시가총액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