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LG화학 배터리부문 분사,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20-09-16 17:44  | 수정 2020-09-17 09:32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16일 일제히 급락했다. LG화학은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지(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향후 LG화학이 지분율 100%를 보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5.4% 급락해 68만7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만큼 단기적으로 배터리 사업 분사를 시장은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LG화학이 어떤 형태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할지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불확실성을 키운 것 자체로 악재로 받아들여 주가가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이 분사한 뒤 기업공개(IPO)를 하면 배터리 사업에 대한 LG화학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최근 LG화학의 상승세는 거의 대부분 배터리 성장성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분 가치 하락은 LG화학의 미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에서 거둔 영업적자는 454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에서 1조4164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에서 거둘 영업이익은 448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배터리 사업 호조세에 힘입어 LG화학 주가는 올해 들어 16일까지 116.4% 급등한 상태였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또한 올해 영업이익 2조2506억원을 거둘 전망이지만, 성장 속도가 배터리 사업을 능가하기 어렵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LG화학 배터리가 진화하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한 뒤 LG화학이 지분율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로 두면 실적 변화는 없다. LG화학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해 지분율이 희석된다고 해도 LG화학이 지배력을 유지하면 여전히 연결 기준으로 실적에 전부 반영된다. 단기적으로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LG화학 배터리 분사가 그다지 큰 악재는 아니라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LG화학이 IPO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 LG화학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 분야 1위를 수성할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량이 15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혹여 LG화학이 인적 분할을 택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인적 분할 때 신설되는 배터리 법인은 지주회사인 (주)LG의 자회사가 되고 LG화학과는 무관한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LG화학 입장에선 배터리란 초특급 성장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존속법인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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